수면 위로 떠오른 ‘李·朴 사면론’…與·野·靑, 침묵 속 ‘예의주시’(종합)

김성곤 기자I 2021.01.01 18:00:00

이낙연 “文대통령에게 사면 건의하겠다” 1일 공개 언급
김종인 “처음 듣는 이야기” 안철수 “국민 공감대 중요”
靑, 공식 반응 자제 속 李대표와 물밑 교감 여부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연합뉴스와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여야 정치권의 금기어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는 우리 정치권의 해묵은 난제였다. 국민통합을 위해서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과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민심을 거스른다는 반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현실화될 경우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한 달 전인 삼일절 특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해묵은 난제를 공론의 장으로 꺼낸 이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집권 여당의 대표이자 유력 차기주자인 이 대표는 1일 국내 주요 통신사와의 새해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새해 벽두부터 논쟁적 화두가 던져지면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까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의주시했다.

◇이낙연 “국민통합 큰 열쇠” 사면 건의…靑, 공식반응 자제

이낙연 대표는 1일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려고 한다. 앞으로 당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차기 대권 지지율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이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현 정부의 부동산 난맥상과 이른바 추윤갈등 정국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탓에 당청 지지율이 급락한 만큼 중도층으로의 외연확대를 위해서도 선제적인 조치라는 인식이다.

이 대표가 여권 지지층 안팎의 광범위한 사면 반대여론와 관계없이 꺼내든 명분은 국민통합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국민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다.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여당 대표로서 총대를 멘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특별사면은 현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물밑 교감 속에서 사면문제를 공세적으로 제기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 원론적으로 대응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건의하겠다고 한 만큼 실제로 건의가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野, 환영 속 당 차원 논평 無…국면전환용 카드 의구심 여전

보수야권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환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여야 합의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공식 건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당 모두 대변인 공식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국가원수를 지낸 데다 고령인 점을 들어 보수 지지층에서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사면에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법 감정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제안에 맞장구를 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사면 건의에 대한 정략적 의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고 짧은 입장을 내고는 자세한 언급을 꺼렸다. 차기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보선 출마로 방향을 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즉각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는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도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강력 반발했다. 김종철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전혀 옳지 않을 뿐더러 불의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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