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김하은 기자] ‘아방가드르 레인지로버’를 추구하는 랜드로버의 뉴 레인지로버 벨라의 미디어 시승회가 21일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모터쇼에서의 공개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모델인 만큼 이번 시승에서 벨라가 과연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레인지로버의 육중한 체격에서 풍기는 부담을 덜어내면서도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유니크한 디자인을 계승하고,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레인지로버가 갖춰야할 우아함과 ‘가술적 지향점’을 담은 레인지로버 벨라의 시동을 걸었다.
서울 가로수 길에 마련된 뉴 레인지로버 벨라의 팝업 스토어에서 시작된 미디어 시승 행사는 차량에 대한 브리핑과 시승 코스 및 코스 별 주요 리뷰 포인트를 소개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국내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우수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의 공식 인스트럭터 오일기 드라이버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오일기 인스트럭터는 “차량이 준비된 잠원지구부터 영종도의 ‘호텔 오라’까지의 시승을 통해 뉴 레인지로버 벨라가 추구한 가치와 우아함 그리고 차량에 담긴 랜드로버의 탁월한 기술력 등 차량의 다양한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라며 “대신 언제나처럼 안전에 유의하여 사고 없는 시승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승 코스는 왕복 137km의 거리로 약 두시간 정도가 소모되는 일정이었다.
시승 차량은 뉴 레인지로버 벨라 R-다이믹스 모델로 말 그대로 우아한 자태가 인상적이었다. 4,803mm의 전장과 2,032mm의 여유로운 전폭이야 말로 레인지로버 고유의 감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참고로 전고는 1,665mm로 SUV로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대신 휠 베이스는 전장대비 상당히 긴 편에 속한 2,874mm에 이른다. 공차중량은 2,035kg으로 중량감이 느껴진다.
디자인은 미래적인 감성과 함께 현재에 충실한 랜드로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드러나는 전면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전면 디자인은 마치 고급스러운 로즈 골드의 하이라이트가 더해진 고급스러운 조형물을 보는 기분이다. 특히 높은 벨트 라인, 보닛 라인에 비해 루프 라인을 낮게 가져가며 부담스럽기 보다는 섹시한 감성까지 느끼게 한다.
이러다보니 기자의 눈에 벨라 이전에 데뷔한 올 뉴 디스커버리의 ‘나름대로의 아이코닉’한 후면 디자인이 심심하고, 또 과거의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서 괜스레 올 뉴 디스커버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말할 때 ‘레인지로버’를 붙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는 실내 공간에서의 고급스러운, 또 감각적인 만족감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인지보러 벨라는 확실히 ‘레인지로버’라는 고급스럽고 육중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랜드로버 고유의 정갈하고 우아한 실내 레이아웃에는 섬세함이 돋보이는 다이아몬드 무늬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고 센터페시아 중단과 하단에 배치된 두 개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참고로 시승 차량에 적용된 시트는 흰색 가죽과 검은 알칸타라를 조합해 고급감과 기능성을 보강했다.
한편 실내 공간의 여유도 만족스러웠다. 1열과 2열을 가리지 않고 체격이 큰 기자 입장에서 헤드룸이나 레그룸이 모두 넉넉했으며 시야도 기대 이상으로 여유로웠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트의 쿠션감이 다소 견고한 편이라 조금 더 풍성하고 푹신한 감각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출력을 개선한 인제니움 D240 엔진
기자가 탄 차량은 뉴 레인지로버 벨라 R-다이믹스 SE D240으로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재규어랜드로버가 선보인 회심의 디젤 엔진으로서 우수한 출력과 효율성을 공존시킨 엔진이다.
특히 올 뉴 디스커버리와 뉴 레인지로버 벨라에는 최고 출력을 240마력까지 끌어 올리고 최대 토크 역시 51.0kg.m까지 끌어 올렸다. 자동 8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과 전지형 프로그래스 컨트롤을 지원하는 AWD 시스템을 탑재했다. 공인연비는 10.9km/L다.
뉴 레인지로버 벨라 R-다이믹스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곧바로 시트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설정했다. 생각보다 낮은 루프 라인으로 인해 윈드쉴드나 측후면의 시야가 다소 좁을 것 같았으나 막상 시트에 앉아 둘러보니 넓은 전방 공간이 이목을 끌었다.
넓은 시야에 만족을 하며 시동을 걸자 센터페시아의 두 디스플레이가 이미지가 투영되며 시선을 뺏는다. 그렇게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디스플레이의 이미지가 보이는 만큼 시선이 자꾸가게 된다. 어쨌든 이를 외면하고 정숙성을 확인해보면 ‘역시 레인지로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만족감을 얻는다.
기어를 돌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라 부드럽게 RPM을 끌어 올리며 2톤의 육중한 차체가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과하거나 우악스럽지 않고, 마치 가솔린 엔진 SUV에 버금가는 매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RPM이 상승하면 페달 끝으로 디젤 엔진의 진동이 느껴지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변속기는 군더더기 없을 만큼 매끄러운 변속감과 부드러움을 기반으로 만족스러운 드라이빙의 조연을 자처한다. 이는 드라이빙 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더라도 큰 감각의 변화가 없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물론 다단화된 변속기인 만큼 조금만 능숙히 다룬다면 비교적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뉴 레인지로버 벨라 R-다이믹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레인지로버 벨라는 코일 오버 스프링이 아닌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을 탑재한 만큼 재규어 F-페이스보다는 상하의 움직임이 큰 편이다. 물론 이 상하의 움직임에도 우수한 주행 성능을 제공해 신뢰도는 높은 편이지만 처음 경험하는 이에게는 불안감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기자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고속에서의 안전성이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속도 영역이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고 신뢰도 높은 움직임이 초고속 영역에서는 크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여 해당 부분의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한편 오일기 인스트럭터는 “뉴 레인지로버 벨라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그리고 레인지로버로 이어지는 레인지로버의 라인업을 완성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에어 서스펜션의 감성에 처음에는 다소 불안감을 느낄 수 있으나 우수한 주행 성능과 ‘만일을 위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까지 갖췄다”며 “뉴 레인지로버 벨라야 말로 프리미엄 SUV로서 뛰어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동안 시승했던 만큼 차량의 모든 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뉴 레인지로버는 분명 매력적인 프리미엄 SUV라 생각되었다. 물론 시승 차량의 가격이 1억이 넘는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L 엔진이라는 점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 소비자에 대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