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회장은 큰 아들(이맹희 회장)과는 소원했어도 장손인 이 회장의 손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장으로선 비운의 아버지를 저버릴 수도,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삼촌(이건희 회장)을 원망할 수도 없는 애끓는 처지였던 셈이다.
역사 속의 단종이 슬픔 속에 생을 마감한 것과 달리 이 회장은 삼성가(家)에서 독립한 이후 20여년간 자신의 기반을 조용히 넓혔다. CJ그룹이 삼성에서 독립할 때 1조73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26조8000억원으로 커졌고, 7000명 남짓이던 직원수도 4만여명으로 늘었다.
비슷한 기간 삼성이 매출 38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것에 비교할 순 없지만 삼성가의 장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삼성그룹의 실질적 모태기업인 제일제당을 식품회사에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시킨 공로가 적지 않다.
현재 이 회장은 검찰의 칼 끝 위에 서 있다.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관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이 회장 앞에 쉽지 않은 길이 놓여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진짜 강한 칼은 마음껏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힘을 발휘하는 칼이다.”
이 회장이 몇년전 신입사원들과 대화자리에서 CJ그룹 문화와 관련해 꺼낸 말이라고 한다. 이재현이라는 칼은 어떤 칼일까. 이번 위기가 그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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