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남은 2년]노무현의 말말말 "대통령도 부활…"

정재웅 기자I 2006.02.23 10:32:00

노 대통령 튀는 발언, 3년간 언제나 `화제`..정쟁 빌미도
개인적 소회에서 정책 비전 설명에까지 범위 광범위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말로 인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25일로 집권 3주년을 맞이한다.

"대통령 힘들어서 못해 먹겠다"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더니 초유의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대연정은 좀 과했죠?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슬쩍 물러서는 모습까지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지난 3년간 참여정부의 발자취를 가늠케하는 주요 키워드가 됐다.

개인적인 소회를 피력할 때는 물론 정부의 주요 정책을 제시할때도 노 대통령 특유의 비유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은 항상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만큼 불안하게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그동안의 대통령의 모습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해 두 가지의 잣대를 가지고 있을까. 참여정부 3년간 노 대통령이 언급했던 수 많은 말들을 각 분야별로 살펴봤다.

◇개인적인 감정 표현, 비유적인 듯하나 대체로 명확히 전달해

"그렇게 새까맣게 신문에 발라서 하는 게 정당한 것인가"(2003년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언론이 노 대통령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불쾌감을 표현하며 던진 말이다.

"저도 인간이지 않으냐, 그것(신문보도)을 보고 늠름하면 가슴에 철판을 깐 것"(2003년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

장수천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고 나름의 개인적인 어려움과 함께 언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비유적으로 드러내 호소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 국민은 대통령에 대해 두 가지 잣대를 갖고 있다. 하나는 친구 같은 친근감있는 대통령을 원하면서도 실제 그렇게 행동하면 권위가 없다, 너무 나선다, 가볍다, 말이 많다는 지적을 한다"(2004년 1월 10일 청와대 비서진 워크숍)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을 비롯한 반대세력들의 각종 공격의 대상이 되자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들에 대한 나름의 고민들을 비교적 직설적으로 풀어놓기 시작한다.

"부활은 예수님만 하시는 건데 한국 대통령도 죽었다 살아나는 부활의 모습을 보여줬다"(2004년 6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은 63일간의 기나긴 탄핵국면을 무사히 빠져나온 소감을 예수님의 부활에 빚대며 개인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장수가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이 누더기가 되면 똑같은 실력과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도 영(令)이 안선다"(2004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조치를 내리자 "헌재를 믿었다가 암초에 걸려 투구가 찌그러진 것"이라며 당시의 정부와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해일처럼 밀려온 여론 앞에 책임의 소재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장수를 떠내려 보내는 것은 인사권자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2005년 3월 18일)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사퇴와 관련, 여론에 떠밀려 어찌해볼 수도 없이 경제수장을 내보내야 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서운한 감정을 명확히 드러낸다.

◇정책 방향 제시에도 비유적 표현 즐겨 사용

"획기적으로 뭘 만드는 것보다 사고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2004년 11월 15일).

경제운용에 있어 이젠 조심스런 행보가 필요한 때 임을 강조하며.

"무조건 (주한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를 지켜 달라. 절대 떠나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우방으로서 적절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2004년 11월 미국 방문)

아무리 우방이라 할지라도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 우방국 군대를 배치해 달라고 하는 것은 한국민의 자존심상 허락지 않는 일이라며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체로 대통령이 성과라고 내놓는 제목들을 훑어 보면 기업들이 핵심적으로 한 것이고, 대통령은 그냥 뒤에 가서 밥 짓는데 부채질 한 번 해준 수준 아니겠느냐"(2004년 11월 칠레 방문)

한국기업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자신이 한 일은 별 것 없다면서 모든 공을 기업에게 돌려 친기업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노 대통령은 재계와 기업에 대해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인다.

"면역 체계가 만들어지느냐 안 만들어지느냐가 홍역을 치른 보람 아니겠느냐", "방이 골고루 따뜻하면 병아리가 쫙 흩어져서 방바닥에 전부 가슴을 대고 아주 편안하게 잠든다"(2005년 3월 각 부처 업무보고시)

노 대통령은 특유의 화술로 각 부처의 향후 방향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홍역`은 갈등예방을 강조한 것이고 `병아리`는 국가균형발전을 의미한다. 이때 나온 말이 `홍역론`과 `병아리와 구들장론`이었다.

"처음에 논바닥에 있는 이삭을 한번 줍고 지나가면 나중엔 없다"(2005년 5월)

정부 각 부처의 예산집행에 대해 언급하며 예산집행을 `이삭줍기`로 묘사해 표현하기도 했다.

◇반대세력에겐 강한 어조로 `직격탄`

"대통령은 소속 정당의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나, 독자적인 소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2003년 3월14일)

당시 대북송금에 연루돼 있던 민주당의 여러 중진의원들은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대통령의 마음이 민주당에서 떠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과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민주당과 갈라선다.

"불법 선거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자금 특검제에 대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언급한 말. 이 말은 두고두고 한나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싸울 수 밖에 없는데 자꾸 협력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2004년 7월15일).

노무현 대통령은 말로만 통합과 상생을 부르짖으며 그 조건에 관해서는 소홀히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한나라당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 , "대연정은 좀 과했죠?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것"

한나라당에게 대연정 제의를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대연정 제안철회를 선언하며 했던 말. 이후에도 이 말들은 야당의 주된 공격대상이 됐으며 올해 초 신년연설에서 노 대통령 자신도 그 때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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