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산업계, 카트리나 후폭풍 시작

조용만 기자I 2005.09.15 10:38:50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미국 산업계에 `카트리나` 후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카트리나로 촉발된 고유가와 물류 차질로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감소하고,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항공, 소매 등 관련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카트리나가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를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막대한 복구비용을 투입키로 하면서 카트리나의 부정적 영향은 점차 상쇄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 이전까지 2~3개월 동안은 실물경제의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되는 지표들..9월 이후엔 `심각`

최근 발표된 생산, 소비지표는 예상밖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8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1%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예상치 0.2% 증가를 밑돌았다. 제조업 부문의 산업생산이 0.3% 늘었지만 자동차 및 부품 생산을 제외했을 경우 전체 산업생산은 0.1% 감소했다. 카트리나로 멕시코만 일대 원유 및 정유시설이 폐쇄되고 석유화학 공장들이 타격을 받음으로써 전체 산업생산을 0.3%가량 갉아먹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날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2.1%가 줄어들었다. 이는 4년래 최대 감소폭으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 1.2% 감소보다 큰 폭으로 악화된 것이다. 8월 자동차 판매가 12% 급감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비가 전체 경제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 본격적인 경고등이 켜지면서 주가와 환율이 출렁거렸고 여파는 아시아 수출주들에꺼지 미쳤다.

8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에는 지난달 29일 상륙한 카트리나 영향이 부분적으로 포함돼 카트리나 효과가 본격 반영될 9월이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내리만 베라베쉬는 "카트라나에 따른 가동중단 충격이 완전히 반영될 경우 향후 2개월간 산업생산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카트리나 복구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내년부터는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 급랭..카트리나 후폭풍

카트리나로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지가 1000명의 소비자를 상대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에서 지난 11일까지의 4주 이동평균 소비자 심리지수는 마이너스 20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6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 비중은 40%에서 32%로, 자신의 금전사정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57%에서 56%로 하락했다. 또 돈을 소비할 분위기가 좋다는 비중은 39%에서 32%로 낮아졌다.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와 `테크노메트리카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서는 9월 소비자들의 경제적 낙관지수가 41.2로 9.7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뒤로 가장 낮은 수치다. 6개월뒤의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지수도 29.0으로 16.3포인트나 떨어졌다.

◇소비의 `거울` 월마트, 실적전망 흐림

소비중심의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 소매체인 월마트도 카트리나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카트리나의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은 8월의 경우 매출이 3.3% 증가(전년동기대비)했지만 9월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카트리나로 인해 40개 이상의 지점이 폐쇄되고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리 스콧 CEO는 지난달 "고객들이 고유가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용이 매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유가의 충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당분간 계속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반면 방대한 트럭 운송망에 소요되는 연료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월마트의 3분기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55∼59센트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범위 57∼62센트 및 평균치 60센트를 밑돌고 있다. 월마트의 CFO인 톰 쇼우위는 그는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3000만달러나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부도위기 직면..적자 심화

카트리나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업계의 부도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3위 항공사 델타항공과 5위 노스웨스트항공이 14일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고비용 저수익으로 경영난이 심화된 가운데 유가마저 급등하면서 파산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유나이티드, US에어웨이에 이어 델타와 노스웨스트가 가세하면서 미국 7대 항공사중 4개사가 파산보호 상태에 놓이게 됐다. ATA, 알로하 등 소규모 항공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57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세계 항공업계의 적자 규모가 74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보다 적자폭이 14억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고유가의 부담은 대부분 북미지역 항공사들에 집중돼 이 지역 항공사들은 올해 8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IATA는 내다봤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항공업계는 총 360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이중 320억 달러가 북미지역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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