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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증가세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 3월과 4월 고용 증가폭도 각각 21만4000명, 17만90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당초 발표치보다 총 9만3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수정되면서 최근 노동시장 흐름이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노동시장 둔화 우려를 상당 부분 걷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월평균 고용 증가폭이 1만명 수준에 그치며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연준 역시 노동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연초에는 고용 증가와 감소가 반복되며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채용 수요와 신규 고용이 동시에 살아나는 모습이다. 앞서 이번 주 발표된 4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구인 건수는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노동시장이 마침내 전환점을 돌고 있다”며 “지난해의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피치레이팅스의 올루 소놀라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고용보고서는 매우 강력한 결과”라며 “3개월 연속 고용 증가와 구인 건수 급증은 노동시장이 훨씬 견고한 기반 위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지표는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즉각 연준의 금리 경로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8%까지 오르며 지난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보고서 발표 전만 해도 시장은 연준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년 중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표 발표 이후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0.7% 상승하며 약 두 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성장주의 미래 수익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특히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 낮은 금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타격이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 하락하며 10주 연속 상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2% 급락했다. 최근 수개월간 시장을 이끌었던 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매도 압력을 받았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연준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노동시장 둔화가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였다면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더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고용보고서 발표 직후 “노동시장은 현재 대체로 균형 상태에 있다”며 “더 큰 우려는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해맥 총재의 발언을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받아들였다. 특히 “곧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표현은 연준 인사들이 최근 사용해온 발언 중 가장 매파적인 축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가에서도 이번 고용보고서가 연준 내 매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연준의 대변인(Fed Whisperer)’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날 분석 기사에서 “올봄 고용 재가속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준 인사들에게 추가적인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노동시장은 지난해 연준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을 당시보다 훨씬 건강한 상태”라며 “당시 금리 인하는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지금은 노동시장이 훨씬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티미라오스는 이번 고용보고서가 시장의 정책 기대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보고서가 연내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논쟁을 완전히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논리는 사실상 묻혀버렸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 수개월 동안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였던 ‘연준의 다음 행동은 금리 인하’라는 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티미라오스는 또 금리 인상론의 핵심 근거가 노동시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관세 정책, 에너지 가격 상승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동 갈등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AI 투자 붐과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를 상당 기간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면 실질금리는 낮아지게 된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향후 금리 인상 논의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지표가 강한 것은 아니다. 시간당 평균임금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월 3.6%에서 5월 3.4%로 둔화됐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8%를 밑도는 수준으로 실질임금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고용 호조를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뱅가드의 애덤 시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 증가 상당 부분은 계절적 요인과 북미 월드컵 개최를 앞둔 일시적 수요 증가 영향일 수 있다”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재가속 국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향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새 의장인 베킨 워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워시 의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적 성향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취임 직후부터 쉽지 않은 정책 판단을 요구받게 됐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금리 인하를 논의하던 시장 분위기는 이번 고용보고서로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노동시장이 살아난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면서 연준의 고민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엘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면서도 “연준과 시장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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