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이노베이션(096770) 계열사 직원들은 최 회장에게 DM을 보내 “성과급 때문에 구성원의 행복 지수가 저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들은 “내부적으로 회사와의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으나 한계가 있어 부득이하게 이렇게 연락드린다”며 “영업이익 약 4조원에 가까운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SKMS의 핵심인 구성원의 행복이 그 무엇보다 바닥”이라고 밝혔다.
SKMS(SK Management system)는 최 회장의 그룹 경영 철학인 ‘지속 가능한 구성원의 행복’을 말한다. 직원들은 “현재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은 성과급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며 “구성원의 동의를 전혀 얻지 못하고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마무리될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직원들이 이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단체 DM은 젊은 층 직원들의 주도하에, 최 회장에게 직접 문제 상황을 알려 성과급 불만을 해결하자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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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갈등은 SK이노베이션이 새 성과급 제도(스킴·Scheme)를 도입하며 촉발됐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연간 실적처럼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근거해 지급하던 성과급 일부를 기업가치와 연계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주가와 탄소배출 감축량, 리사이클 제품 생산량 등이 주요 기준으로 계열사별 특성에 맞춰 적용한다.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최대 800%로 책정됐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계열사와 담당 직무 간 성과급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 노조와 직원들의 지적이다. 이번 성과급 제도에 따르면 적자를 낸 SK온이나 이익이 감소한 SK지오센트릭 등은 아예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직원들은 최 회장에게 “회사가 계열사(OC) 간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를 성급하게 도입하려 했고, 이로 인해 벌써 SK이노베이션이 아닌 각 OC만의 수익성 확장을 위한 OC 개인주의가 발생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직원들은 “같은 회사더라도 노조가 있는 기술감독직과 대졸자 공채 엔지니어, 사무직의 성과급이 다르다”며 “SK지오센트릭을 예로 들면 울산컴플렉스(CLX) 기술감독직은 초과이익분배금(PS)이 800%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울산 엔지니어와 본사 사무직은 0%여서 ‘노조가 없어서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 내에서 성과급 갈등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SK하이닉스에서 젊은 직원들이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경영진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회사가 성과급으로 연봉 20%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직원들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었는데 성과급 액수가 같은 건 비합리적이라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원을 모두 반납하며 불만 잠재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노사 갈등 매년 반복…‘피로도’ 커질 듯
회사는 이번 성과급에 대해 호실적을 낸 정유사업과 부진했던 계열사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 적절한 수준에서 지급 규모를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앞서 예고한 대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계에서는 직원 개개인이 직접 그룹 회장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과급 불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상을 MZ(밀레니얼+Z)세대 출현에 따른 ‘새로운 노사문화’로 해석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서 직장에 헌신하고 희생하던 과거 분위기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원하는 것은 MZ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매년 성과급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반복되며 노사 관계에 피로도가 쌓이고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맞는데 무조건 받아야 하는 금액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