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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전년 대비 6.3%를 기록한 뒤 11월 5.0%까지 점차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근원물가 11월 4.3%, 4%대 확대 흐름…앞으론 둔화 요인 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7월 3.9%에서 8월 4.0%로 4%대에 진입한 뒤 9월 4.1%, 10월 4.2%, 11월 4.3%로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근원물가 흐름에 대해 외식물가처럼 한번 오르면 잘 내리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큰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이연된 소비 수요, 공급 병목 현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은은 이 같은 근원물가 상승 흐름도 조만간 둔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의 추가적인 상승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근원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근원물가 상승세를 이끌던 외식물가와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최근 둔화한 모습이다. 특히 올 9월중 전년비 9.0%까지 치솟아 1992년 7월(9.0%)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던 외식물가 상승률은 11월 8.6%로 낮아졌다. 전월비 기준으로는 10월과 11월 0.3%로 작년 10월(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내년 경기 하방 압력이 점차 커지며 민간소비가 위축되면 근원물가 상승폭 둔화가 가시화 할 것으로 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까지 5%대로 전망되는 등 고물가 흐름에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졌고,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심리도 좋지 않다. 여기에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2.75%포인트나 올린 3.25%로 높이는 등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000년 이후 통계청 경기순환일 데이터를 기준으로 과거 경기 정점 이후 근원물가의 움직임을 보면, 물가 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지만 경기 정점 이후에는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 오름세가 대체로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시장 둔화에 따라 전세가격도 내리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대출금리 상승, 매매거래 위축에 따른 매물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세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전세가격 누적 하락률은 6.54%를 기록했다. 11월 들어선 월세도 전월 대비 0.11% 내렸다. 월세 가격이 전월비 하락한 것은 2019년 10월(-0.01%) 이후 처음이다.
◇팬데믹 이후 오른 원자재 가격 등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은 걸림돌
반면, 그동안 올랐던 원자재 가격 등에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과 글로벌 공급망 내 불확실성은 근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데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외식, 전기·도시가스는 근원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며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를 어느 정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완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물류비와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상품가격 상승률 둔화폭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가구, 가전 등 여타 내구재의 경우 원가상승부담이 출고가에 반영되면서 점차 소비자가격에도 전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또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상품가격 상승률 둔화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경제권·공급망이 우호국 위주로 재편되는 경우 글로벌 공급망(GVC)이 약해져 생산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위험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