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모든 사람을 쐈다"…러시아군, 우크라서 ‘민간인 학살’ 논란

장영은 기자I 2022.04.04 09:48:02

러군, 키이우서 퇴각하면서 민간인 학살 자행 정황
NYT "부차에서 고의적인 무차별 학살 증거 속출"
민간인 추정 시신 임시 공동묘치에 방치
미·유럽 추가 제재 목소리↑…유엔 "독립적 조사 필요"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비난과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는 곳곳에서 임시 공동묘지를 만들어 시신을 쌓아뒀다. (사진= AFP)


◇“그들은 보이는 모든 사람을 쐈다”…참혹한 증언 이어져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물러나면서 인근 도시인 부차에서는 민간인들에 대한 고의적이고 무차별적인 학살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 여성(56)은 자신의 집 마당에 나갔다가 러시아군의 총격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시신을 옮길 수 없었던 노모(76)는 딸의 시신을 플라스틱과 나무 판자 등으로 가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숨진 여성의 동창이었던 스비틀라나 뮌헨씨는 NYT에 “그들(러시아군)은 자신들이 본 모든 사람을 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 도시 부차에서는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혔다 처형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복장의 시신 13구는 손이 묶인 채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았다.

시신들은 가정집 정원이나 도로 위에서도 계속 발견되고 있으며, 영안실을 따로 마련하지 못해 공터에 구덩이를 파서 시신을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고 현지 검시관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했다는 증거가 나오자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 AFP)


◇미·유럽 추가 제재 검토…유엔 “책임규명 위한 조사 필수적”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더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추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서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일부 나라에 대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비롯해 에너지를 포함해 광물, 운송, 금융 등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자료로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적절한 기관이나 기구에서 모든 정보를 취합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이 부차 사태를 거론하며 추가 제재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도 대러 추가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에서 관련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 관련, “효과적인 책임규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오는 5일부터 사흘간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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