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국 매체 신징바오(신경보)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6일 저녁 웨이신(위챗) 공식 계정에 올린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 구축함 ‘랠프 존슨함’이 대만해협 통과했다고 대대적으로 공개 선전했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번 도발행위는 ‘대만 독립’ 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의 제스처”라며 “이는 위선적이며 헛수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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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7함대는 웹사이트를 통해 26일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랠프 존슨함이 국제법에 근거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7함대는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부는 랠프 존슨함의 대만해협 통과 사실을 확인하면서 당시 일대 해역의 동태는 정상이었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군은 이날 J-11 전투기 4대, J-16 전투기 2대 등 8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여보내는 공중 무력 시위를 벌였다.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듀이함이 대만해협을 지나갔다.
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우려가 부쩍 커진 가운데 미국이 대만 보호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군사 전문가인 린잉유(林穎佑) 중산대학 교수는 대만중앙통신사에 “미 군함은 이번 항해에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켜고 외부에 움직임을 공개했다”며 “미국은 중국에 ‘우크라이나 충돌에도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약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동시에 동맹들에 미군이 계속 지역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알려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제중(揭仲) 대만 국가정책연구기금회 연구원은 “미군 정찰기의 유사 활동은 항상 봐왔던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을 안심시키는 한편 베이징에는 ‘이 기회를 틈타 강한 군사적 행위를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전면전을 감수하면서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미국 해군 역시 현 정세가 민감하다고 판단했는지 평소와 달리 랠프 존슨함의 대만해협 통과 관련 사진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만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상황은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 추타이싼(邱太三) 주임위원(장관급·이하 주위)은 지난 25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정학적 전략상의 지위, 지리적 정세, 경제적 중요성, 미국과의 관계 등 4가지 조건에서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칭란(淸瀾) 해사국은 이날 항행 안전정보를 통해 27일부터 3월 1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오후 3시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된다고 공지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각) 대만 주재 미국재대만협회(AIT)는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의 대만 지지는 반석처럼 굳건하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현지 교민을 귀국시킬 전세기 투입 계획을 밝히면서 탑승 대상에 중국과 홍콩, 마카오 여권 소지자뿐 아니라 대만인을 포함하며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邱垂正) 대변인은 “외교부는 이미 (대만)교민의 안전한 철수 계획이 있다”며 “중국의 월권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