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고록 ‘성공과 좌절’(학고재 펴냄)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거듭 말씀 드리지만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거래실명제, 보유세를 통한 부동산 세원의 투명화”라고 못박았다. 이어 “참여정부의 평균 부동산 상승률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실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제대로 마무리 했다, 이렇게 자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보유세 관철해야 투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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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발언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판단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첫째,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냉혹해졌다. 김수현 수석은 “참여정부 기간 중에 아파트 가격이 굉장히 올랐다. 특히 서울이 그랬다. 그걸 잡기 위해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다. 여러 번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당시 4년 반 동안 청와대 비서관을 하면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을 주도했던 당사자다.
둘째 접근 방식이 신중해졌다. 김 수석은 “보유세는 그 속성에 대해 새 정부가 잘 이해하고 있다”며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내년에 시행 예정인 세법개정안에는 보유세 강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왜 이런 입장을 밝혔을까. 경제·사회적 파장을 우선 고려했다. 이는 김 수석이 밝힌 ‘보유세 속성’과 관련돼 있다. 김 수석은 보유세 관련해 “조세저항이 강한 건 사실”이라며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 누진구조에 변화를 주거나 할 때 서민들의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전체 주택 소유자의 1.7%(2015년 기준)만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다. 헌법재판소도 보유세가 이중과세가 아니라며 ‘세금 폭탄’ 주장에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김 수석은 왜 종부세를 올리면 조세저항이 우려된다고 밝힌 것일까.
◇김수현 “보유세, 신중한 의사결정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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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당시 과세표준(총급여액에서 각종 공제를 차감한 금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 3억원 이하는 1%, 3억~14억원 이하는 1.5%, 14억원~94억원 이하는 2%, 94억원 초과는 3%로 누진율이 적용됐다. 전기요금 누진제처럼 단계적으로 세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가족들 사이의 부동산 분산 등기를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세대별 합산 과세를 적용했다.
하지만 종부세는 2008년 일부 위헌 판결을 받았다. 헌재는 △개인이 아닌 가족을 단위로 부과되는 세대별 과세 위헌 △투기 목적이 없는 거주 목적의 1주택 장기 보유자에게 과세하는 건 재산권 침해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다만 미실현 이득·이중과세는 합헌으로 결론이 났다. 소득이 없는데도 과세를 부과하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양도소득세나 재산세를 내는데도 종부세까지 내는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조세저항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종부세를 적용 받는 사람 수는 적지만 사회적 여파가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정년 퇴임하고 강남 아파트에 소득 없이 사는 70대 노인이 있다고 치자. 종부세를 올리면 소득이 없는데 어떻게 하나. 결국 아들에게 내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온 가족의 문제가 된다. 대상자가 30만명이면 300만명 이상이 들썩이게 된다. 헌재가 합헌 판단을 했더라도 소득이 없는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국민들은 법 감정상 ‘재산권 침해’로 받아들인다. 재산세의 경우에도 소득 없이 땅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이다. 이건 전국을 술렁이게 하는 문제다. 보유세를 올리자는 건 부가가치세(현행 10%)를 올리자는 것과 같다.”
이런 보유세의 속성은 정치적 파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번에 보유세를 올리게 되면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 논란이 최대 정치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종부세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여권에서 원칙대로 보유세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선거 앞두고 전략적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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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올해 추진하는 법인세 환원과 같은 논리다. 이렇게 되면 연간 종부세 세수는 1조4000억원(2015년 기준)에서 3조1000억원으로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복지 공약이 많은 문재인 정부로선 재원조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시장에서도 부동산 투기가 잡히지 않거나 지방선거 이후에 보유세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보유세는 시차를 두고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시간 문제”라고 내다 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소득세,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까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 주장에 따라 이는 뒤집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종부세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소득세·법인세 증세 법안을 마련하는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며 “‘저도 그렇고 당도 그렇고 청와대도 느낀 게 좀 더 세련되게 해야겠다’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현 수석도 “‘종부세는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하는 것이냐’, ‘슬쩍 하는 것이냐’고 말하지만 어떤 경우도 예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유세 카드를 접는 것인지, 전략적 숨 고르기 중인지는 정책·시장 추이를 살펴봐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도 의미 있는 파장이 예상된다. 부동산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성공과 좌절을 넘어서는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 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보유세=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를 통칭해서 부르는 용어.
●종부세=종합부동산세의 줄임말,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주택 소유자에 대해 지자체가 부과하는 세금(재산세) 외에 별도의 누진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국세다. 기획재정부가 종부세법 담당부처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최상위 계층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1가구1주택 정책을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참여정부 때인 2005년에 도입됐다.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액과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액을 합한 금액을 납부한다.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 이상일 경우,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 이상일 경우 종부세 납세 대상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전체 주택 소유자의 1.7%(이하 2015년 기준), 1주택자의 0.5%가 종부세를 납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주로 해당된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주택 실거래가 분석 결과(2015년 기준) 10억원 이상에 매매된 주택 중 서울시 강남3구에 소재한 비율이 약 45.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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