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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환율전쟁` 시작됐다

이정훈 기자I 2014.07.04 09:54:45

6월 ECB 금리인하후 북유럽권 `부양기조` 확산
경쟁적 통화절하 움직임도..부정적 시각 제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달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추가 부양 가능성을 언급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이웃 국가들 간에 환율 전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내놓은 곳은 파이낸셜타임스(FT)로, FT는 3일(현지시간) 유로존에서부터 그 이웃 북유럽 국가들로 환율 전쟁 조짐이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그동안 선진국 중앙은행들 가운데 가장 매파적인(hawkish)인 성향을 보였던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ECB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갑작스럽게 “내년말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며 상황에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언급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또 지난 3일에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은행(Riksbank)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로 인하했다. 또한 향후 기준금리 경로 전망 역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낮춰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다.

게이프 유 UBS 스트래티지스트는 “지난달 ECB의 전격적인 기준금리가 유로존의 작은 이웃 국가들에게 심각한 정책 딜레마를 안겨줬다”며 “그들 모두 유로존 디플레이션이 자신들의 국가에 전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위스와 체코공화국은 이미 유로화대비 자국 통화 환율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며 덴마크는 환율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들 국가 모두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노력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실제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는 6월초 이후 지금까지 미 달러화대비 3.1% 하락했고 유로화에 비해서도 3.2%나 낮아졌다. 스웨덴 크로나 역시 달러대비 1.8% 하락해 최근 3년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제인 폴리 래보뱅크 스트래티지스트 역시 “스위스나 스웨덴, 노르웨이 중앙은행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우려는 ECB의 부양적인 스탠스가 자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수입 가중치를 감안할 때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 역시 실질 실효환율 기준으로 크로나 가치가 높지 않지만, 강한 가계 소비와 주택 투자에 의해 주도되는 경제 성장하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자국통화 가치를 낮춰 수입물가를 안정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릭스은행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시장에서는 스위스와 체코가 자국통화 환율의 하한선을 채택해 통화가치 절상을 억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당장 이처럼 과격한 조치를 내놓진 않겠지만,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에 나설 경우 환율 전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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