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2시간 남짓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에 위치한 현대모비스(012330)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공장. 지역명을 따 포승공장으로도 불리는 이 곳에선 스티어링 휠(핸들)의 움직임을 바퀴에 전달하는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을 생산한다. 연간 280만대, 현대·기아차 MDPS의 약 60%를 이 곳에서 공급한다.
이 공장은 MDPS 자체 개발의 필요성을 느낀 현대모비스가 지난 2005년 완공, 가동을 시작했다. 첫해 25만대를 생산한 이래 매년 2배 가까이 생산량을 늘려 왔다. 지난해 8월엔 모듈공장이던 현재의 2공장도 MDPS 공장으로 바뀌었다. 내년부터는 증설을 통해 연간 300만대 이상의 MDPS를 생산할 예정이다.
기술 수준이 올라가고 생산물량도 늘어나며 해외 완성차 업체로의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2년 후쯤부터는 본격적인 수출이 기대되고 있다.
안전과 직결된 차량 핵심부품 MDPS를 수출 품목에 추가하게 될 경우의 의미는 남다르다. 현재 MDPS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J테크, NSK, ZF, 델파이 등 일본과 독일 기업이 선도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와 만도(060980)가 이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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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스티어링은 애초에 기계적인 유압 방식이 나왔다가 전동식 MDPS으로 발전해 왔다. 무게가 4.6㎏ 줄어드는 등 효율이 높아 현재는 대부분 신차에는 MDPS가 적용된다.
MDPS는 핸들의 움직임을 센서가 읽고 중앙제어장치(ECU)가 모터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바퀴의 방향을 조정한다. MDPS여야만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이나 후방주차시스템 등 첨단 시스템도 적용할 수 있다.
MDPS는 중소형차에 적합한 컬럼(C)타입과 피니언(P)타입과 중대형차용 랙(R)타입 3가지로 나뉜다. 현대모비스는 내년부터 R타입 생산을 시작하며 제품 풀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재 주로 쓰이는 C타입에 비해 P·R타입은 모터가 밑에 붙어 실내 소음·진동이 줄어드는 게 장점이다.
100% 전자식으로 조작하는 스티어링 바이 와이어(SBW)를 적용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무게나 부피가 혁신적으로 줄어든다. 이미 시험도 성공리에 마쳤다. 와이어가 끊어지는 등 긴급상황에 대한 위험회피가 어렵다는 게 양산까지 남은 과제다.
현재 MDPS는 센서나 ECU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기계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
국산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외 기술이던 광학식 센서는 현재 자기식 센서로 대부분 대체됐다. 현재 자기식 센서 생산비중은 95%, 내년부터는 99% 이상이 된다. 자기식 센서는 공정이 더 간단해 생산원가 절감에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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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PS는 안전과 직결된 부품이다. 전자화와 더불어 사람들의 우려도 높아졌다. 따라서 이곳의 제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검증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 편집증적일 정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모든 공정과 검사 결과는 서버에 기록되고 향후 10년간 저장된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전 생산과정을 역추적하기 위해서다. 미세한 볼트-너트의 조임 체결력도 수치로 파악할 수 있다.
매 조립공정 때마다 수치검사를 한다. 라인 자체가 조립-검사-조립-검사의 연속이다. 이 과정은 대부분 로봇을 통해 자동화 돼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317명 뿐이다. 하루 두번 로봇을 비롯한 전 라인에 대한 검사도 이뤄진다.
완성차와 부품사를 떼 놓고 얘기할 수 없듯 부품사와 부품사 사이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곳 공장에 납품하는 업체도 200곳이 넘는다. 핵심 부품인 자기식 센서를 납품하는 LG이노텍(011070) 같은 대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중소 협력사다. 이들은 신차 시범생산 때부터 양산과정까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주권 공장장은 “자동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수천여 회사가 만드는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간다”며 “자동차 산업에 있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은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