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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농업적 근면성'과 '창조적 기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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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 기자I 2012.12.09 22:00:00

최고 드라마인 IBM 부활은 '기업문화 혁신'이 비결
'새벽별 보기' 출근문화에서 창조정신 번창은 불가능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금세기 최고의 극적인 기업 부활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IBM이다. IBM은 지난 90년만 해도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이익(60억달러)을 내는 초일류 기업이었다. 하지만 불과 3년후 당시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규모의 적자(81억달러)를 내며 벼랑으로 떨어졌다.

‘회생불가’ 판정을 받은 IBM은 이후 다시 절치부심, 컴퓨터 등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벗어나 2000년에는 세계 최대 IT컨설팅 서비스업체로 발돋움했다.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10년만에 두루 경험한 셈이다.

최고기업이던 IBM의 몰락은 80년대 후반부터 세계 메인 프레임 컴퓨터시장을 석권하는 동안 새롭게 급부상한 PC시장을 등한시하면서 벌어졌다. 이 난국을 맞아 93년 IBM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등장한 구원 투수가 루 거스너(Louis Gerstner)다.

루 거스너는 처음부터 IBM의 침몰은 관료주의적 조직문화에서 비롯됐음을 간파했다. 당시 IBM은 컴퓨터시장의 세계 최강자라는 오만과 타성에 젖어 시장변화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가 취임 직후부터 조직문화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배경이다. 우선 회사 중역들로 하여금 중요한 보고서나 자료를 직접 작성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대규모 보좌진을 거느리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던 회사 경영진의 관료주의를 가장 먼저 깨부수기 위해서였다.

‘IBM이 내놓으면 고객은 구매만 하면 된다’는 고객에 대한 일방적 회사문화도 ‘고객이 원하는 것만 만든다’는 고객 지향주의로 180도 바꿨다. 이 결과 그의 재임 말기인 2000년 IBM은 제조업체에서 서비스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실적(매출851억달러, 이익81억달러)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IBM에 있으면서, 나는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회생의 최고 연금술사로 불리는 루 거스너는 몰락 직전의 IBM을 기업문화의 혁신을 통해 구출한 것이다. 그의 기업문화에 대한 깨달음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중대한 교훈을 시사한다. 특히 모방자(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Market Leader)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을 혁신하고자 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국내 대표기업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조직 혁신은 곧 기업 문화의 혁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표 기업들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새벽 6시 전후 임원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삼성, 현대차의 근무문화가 단적인 예다. 아직도 이들 기업은 새벽 별 보며 출근하고, 새벽 별 아래 퇴근하는 ‘농업적 근면성’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대량생산의 산업화시대에서나 절대 숭앙받던 ‘노동시간 극대화’ 관습이 지금까지도 버젓이 우리 기업문화의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말 회장 취임 25주년 기념식에서 “우리가 꿈꾸는 초일류 기업의 모습은 늘 활력이 샘솟는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새벽별 보기’ 출근 문화를 갈수록 중시하는 조직에서 과연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이 얼마나 번창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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