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1일 10시 0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들어 줄곧 4%를 웃돌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개월만에 3%대로 떨어졌다. 폭우 등 이상기후로 급등했던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월비로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은 진정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4%에 육박하는 수준인데다, 11월에는 기저효과로 4%를 다시 넘을 가능성이 높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데일리가 국내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년비 4.1% 상승하고 전월비로는 보합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물가는 이를 하회했다.
소비자물가와 함께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체감물가를 의미하는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가 모두 전월비 하락세를 보였다. 이렇게 4개 지수가 모두 전달에 비해 떨어진 것은 지난 200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채소값과 축산물 가격 안정이다. 폭우 등 이상 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급등을 주도했지만 10월에는 예년 기온을 되찾은데다 출하량도 늘어 급락세를 보였다. 전월비로 무는 50% 이상 떨어졌고 시금치와 배추, 열무 등도 30~40% 급락해 전체 농산물 가격은 3.4% 하락했다. 또 돼지고기 가격이 12.3% 떨어지는 등 축산물 물가도 6% 급락했다.
양동희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채소류와 축산물 하락이 물가에 기여한 합이 -0.44%포인트로 전월비 물가하락을 주도했다"며 "돼지고기 가격이 좀 내리니까 가격 경직성이 있는 외식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가격도 0.3%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물가급등의 주범이었던 금반지 가격도 전월비로 3.3% 하락했다. 지난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제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금반지 가격도 계속 상승했지만 지난달 세달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작년 같은 달보다 29.1% 상승했지만 9월 상승률 36.2%에 비해서는 둔화됐다.
하지만 일부 품목은 여전히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농산물 중에서 고춧가루와 토마토, 당근 등은 전달에 비해 10% 이상 올랐고 공업제품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각각 1.6%, 1.3% 상승했다.
집세와 공공요금 등 서비스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월세와 전세가 각각 전월비 0.4%, 0.2% 상승했고 도시가스요금과 우편료도 4.9%, 7.3% 오르는 등 공공서비스 물가는 0.5%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요금 역시 전월비 0.1%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일부 품목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전년비 상승률이 3.3%를 기록한 만큼 다음달 물가는 기저효과로 4%대를 다시 웃돌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 밑에서 묶어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이미 전년비 4.4% 상승했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를 2010년 기준으로 개편하면서 금반지 등을 제외할 계획이어서 11월부터는 전반적으로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11월 물가는 4.6% 수준으로 다시 높아지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며 "구기준과 신기준이 함께 발표되기 때문에 신기준 수치는 약간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