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기자] 건설업계 전문경영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잇따라 물러나고 있다.
24일 업계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이지송 사장이 지난주 사퇴의사를 밝혔고, 송시권 남광토건(001260) 사장과 임승남 반도건설 회장이 취임한지 1년도 안돼서 이번주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불과 몇 달전만해도 `쾌속질주`, `맹활약`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성공적인 CEO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사진)은 이라크 미수금 처리, 해외부실공사 정리, 서산간척지 개발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해 현대건설을 정상화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송시권 남광토건 사장(사진)은 대림산업에서 28년간 근무하면서 `e-편한세상`을 톱브랜드로 끌어올린 주역. 지난해 2월 남광토건에 취임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전임 사장의 횡령, 구속으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수습하고, 남광토건을 2~3년내 매출 1조원의 우량회사로 키울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왔었다.
임승남 반도건설 회장(사진)은 지난 64년 롯데에 입사한 후 롯데제과, 롯데월드, 롯데건설 등 롯데계열사에서 25년이나 사장을 지낸 국내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다.
2004년 9월 비자금 조성 등의 문제로 롯데건설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그해 12월부터 7개월간 우림건설 회장을 지내다가 작년 7월 반도건설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임 회장은 뜻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취임 8개월만에 물러났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의 한계가 아니냐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사장은 채권단이 매각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찾겠다고 나섬에 따라 `30년 현대맨`으로서 현대건설이 제 주인을 찾을 때까지 사장직을 맡았으면 했던 희망도 함께 물건너 갔다.
임 회장은 반도건설의 오너인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경영에 한계를 느끼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건설업계 전문경영인들은 오너의 지원 없이 대형프로젝트를 진행하기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 데다 크고 작은 비리에 휩쓸리기 쉽다는 점에서 `파리 목숨`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