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도시바-中 손잡았다..차세대 DVD 판도 `흔들`

김경인 기자I 2005.11.03 10:35:45

저가업체와 제휴 `위험한 도박`..소니 우세 사라져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차세대 DVD 포맷 체택을 위한 소니와 도시바 진영간의 경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궁지에 몰린 도시바가 중국 제조업체들과 손잡는 위험한 승부수를 던지면서, 소니 쪽으로 쏠렸던 무게중심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도시바가 중국 저가 경쟁사들에게 HD-DVD 표준의 DVD를 생산토록 허가하는 `위험한 전략` 체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업체와의 제휴는 시장 질서 교란 및 업계 판가 하락 등의 우려로 일본에서 오래 금기시 돼 왔기 때문.

이제 승기를 잡고 득의양양했다 허를 찔린 소니가 어떤 맞불작전을 펼칠지가 관전 포인트다.
◇소니, `다 이긴 게임인데..`

올해 중순 소강 상태를 보였던 소니 `블루-레이`와 도시바 `HD DVD`의 포맷 전쟁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단일 포맷 체택을 위한 협상이 결렬된 뒤 양 측 지지 진영에서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

먼저 다소 중립적이던 산요가 양다리 전략을 취했다. `블루-레이` 진영에 합류하는 동시에 경쟁사인 도시바와 전략적 제휴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 단일 포맷이 최선이지만, 차선의 방법으로라도 갈등을 빨리 매듭짓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곧 이어 HD DVD 지지를 천명했던 주요 헐리우드 영화사 파라마운트가 양대 포멧을 모두 지지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경쟁 영화사들도 파라마운트의 결정을 따를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증명키라도 하듯, 도시바의 아군 워너 브라더스 역시 양대 포맷 지지를 표명했다.

3개사가 모두 중립을 표명했지만 사실상 도시바는 세 표를 잃고 소니는 세 표를 얻은 셈이다. 특히 포맷 경쟁의 핵심인 `컨텐츠`를 소유한 2대 영화사가 변심함에 따라 판도는 급속도로 소니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이에 따라 DVD 포맷 경쟁에서 블루-레이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시장 조사기관 포레스터는 "블루-레이의 승리를 확신한다"며 "다만 도시바가 쉽사리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새로운 DVD 플레이어를 구매하는데 2년여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레스터는 두 가지를 그 근거로 꼽았다. 첫째 HD DVD는 동영상 재생을 위한 기기지만 블루-레이는 영화 등 동영상 뿐 아니라 게임, 컴퓨터 등과 호환이 가능하다는 것. 둘째 파라마운트 등의 양대 포맷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영화사들의 모멘텀이 소니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도시바, 출구가 없다..`위험한 도전`

그러나 도시바는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소니가 아군을 늘려 기세를 잡았다면 도시바는 중국과 손을 잡고 `가격 경쟁력`이란 무리수를 뒀다. 중국 제조업체인 아모이(Amoi), 지앙쿠이(JiangKui)에 기술을 전수해 저가 HD DVD 플레이어를 제조키로 했다.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제휴는 오랫동안 일본 전자업계에서 일종의 `금기`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주요 업체들은 자사 기술이 싼 값에 불법 유통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왔다. 중국의 광대한 `짝퉁시장`이 공포의 대상일 뿐더러, 기술 이전에 대한 로열티를 제대로 받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일본 주요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갖고있지만 주요 부품이나 기술은 국내에서만 생산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샤프는 중국과 미국, 스페인에 평면패널 TV 공장을 갖고있지만, 핵심 LCD는 일본의 두 공장에서만 생산한다.

케논은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평면 스크린은 오직 일본 내에서만 제작하며, 파나소닉은 DVD 레코더의 핵심 부품과 디지털 카메라의 칩보드, 렌즈 등 주요 부품들은 일본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바는 일본의 통념에 거스르는 결정을 내렸다. 오모리 사이시케 대변인은 "기술을 새로 발명했을 때는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시장을 새로 형성할때는 대형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접근 방법을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앙쿠이는 이와관련 "블루-레이 진영과 비교할 때 HD DVD 진영이 중국 소비 가전업체들에게 훨씬 우호적이고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환영했다.

◇가격 경쟁 점화..소니의 반응은?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CSFB의 리차드 도허티 연구원은 "소니가 모멘텀을 얻고있는 시점에서 도시바는 대항해 싸워야만 하는 입장"이라며 "중국 기업들과의 제휴는 다소 늦은 선택이지만 안 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저가 HD DVD 플레이어들이 월마트, 베스트 바이 등의 소매업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된다면 차세대 DVD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업계 입장에서는 가격 급락과 기술 유출이 걱정이다. 도시바의 결정에 대해 소니는 "컨텐츠 업체들은 지적재산권이 안전하게 보장되고 있다는 확신을 원한다"며 "HD DVD는 이에 반대되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시바는 이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를 내세워 맞대응한다. 워렌 리버팝 도시바 고문은 "중국 기업에 기술 라이센스 거부하는 일종의 `엠바고`나 다름없다"며 "또한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값에 물건을 구매할 기회를 막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대해 소니는 "중국의 도움 없이도 저가에 DVD를 제작할 수 있다"며 내년 초 1000달러 미만의 블루-레이 DVD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도시바 역시 올해 초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으며,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제휴로 인해 단가가 대폭 더 낮아질 전망이다.

NYT는 양사가 현재 제시하는 가격과 별개로 중국 업체들의 진입이 블루-레이에 분명한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눈앞에서 승리를 빼앗긴 소니의 대응 전략이 전쟁의 판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