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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 ‘어디’보다 ‘가능성’ 봐야[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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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I 2026.10.17 07: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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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보다 물류·인력·확장성 따져야
업종 따라 최적의 입지 기준도 달라져
초기 비용보다 3~5년 뒤 성장 봐야
부동산 입지 선택도 경영전략의 일부

[윤수연 알스퀘어 글로벌투자실장]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이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느 지역에 공장이나 사무실을 마련할 것인가다. 하노이와 호찌민 중 어디가 유리한지, 어떤 산업단지에 들어가야 하는지, 임대료와 물류비용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따져본다.

그러나 입지는 단순히 사업을 시작할 장소가 아니라 앞으로 생산과 영업, 인력 운영, 사업 확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의 선택이다. 같은 베트남에서도 업종과 사업 목적에 따라 적합한 지역이 달라지고, 당장의 비용만 보고 선택한 공간이 몇 년 뒤 성장의 제약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어디에 진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곳에서 우리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사진=챗GPT로 생성)
(사진=챗GPT로 생성)
베트남은 더는 저렴한 인건비만 보고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시장이 아니다. 과거 섬유·의류와 전자제품 조립 중심이었던 투자 수요는 반도체, 자동차 부품, 첨단 전자, 정보기술(IT)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의 진출 목적도 단순 생산비 절감에서 공급망 다변화, 현지 시장 진입, 연구개발과 서비스 거점 확보로 넓어졌다.

산업이 달라지면 좋은 입지의 기준도 달라진다. 수출 제조기업에는 항만과 물류망 접근성이 중요하지만, 기술기업에는 전문인력 확보와 업무환경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조직을 함께 운영하려는 기업이라면 공장과 오피스의 연결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기업의 사업 모델에 따라 입지의 가치는 전혀 달라진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임대료 비교표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료가 저렴해도 물류 동선이 비효율적이면 운송비와 시간이 늘어난다. 적합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거나 향후 증설할 공간이 부족하면 사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커진다. 계약 당시에는 보이지 않던 비용이 실제 운영 단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정보의 편차도 크다. 온라인에 공개된 매물 정보만으로는 실제 공급 현황과 시설 상태, 계약 조건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주변 산업시설과 교통망, 업무환경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베트남 전역을 조사해 오피스 빌딩과 공장, 산업단지 등 5만여 건의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를 축적한 것도 이러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 자체가 아니다. 서로 다른 지역과 건물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고, 기업의 사업 목적에 맞는 선택지를 좁혀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처음 확보한 공간에서 사업을 끝내지 않는다. 인력이 늘면 사무실을 확장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면 공장 증설이나 이전을 검토한다. 현지 영업조직을 신설하거나 연구개발 기능을 추가하는 때도 있다.

따라서 최초 입지 결정에는 현재 필요한 면적뿐 아니라 향후 사업 확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반영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경영 전략 일부가 된다. 공장과 사무실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물류 효율과 인력 운영, 고객 접근성이 달라진다. 공간을 확보한 이후에도 인테리어와 시설 구축, 운영 효율화까지 연결해서 판단해야 불필요한 이전 비용과 사업 지연을 줄일 수 있다.

베트남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세 가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업에 적합한 지역인지, 계약 이후 예상되는 운영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3~5년 뒤 사업이 성장해도 현재 입지가 유효할 지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낮은 임대료나 주변 기업의 진출 사례만 보고 결정한다면 초기 비용을 아끼고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을 낼 수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유망 지역을 먼저 선점하는 속도전이 아니라, 사업의 미래를 고려해 입지를 선택하는 정밀한 판단이다.

베트남 진출의 첫 단추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이 아니다. 그 계약이 5년 뒤에도 유효한 선택인지 따져보는 순간이다.

윤수연 알스퀘어 글로벌투자실장. (사진=알스퀘어)
윤수연 알스퀘어 글로벌투자실장. (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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