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죽이겠다" 학생 협박에 방검복 입은 교사...3년 만에 결말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홍수현 기자I 2026.09.08 06:23:30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촉법이라 괜찮다" "흉기로 OO 찌르면 돼"
높아지는 수위와 구체적 방법 언급에 고통
결국 아내가 '방검복' 구매...착용 출근
학생 측 되려 교사 '아동학대'로 고소
3년간 이어진 맞소송전 끝...교사 승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지난 2024년 전북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살해 협박을 견디다 못한 교사 A씨가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일이 발생해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길고 긴 법정 소송 끝에 A교사가 최근 교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민·형사 소송에서 사실상 모두 승소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칼로 죽이겠다"는 학생의 말에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진의 방검복을 입은 해당 교사.(사진=전북교사노조 제공)
8일 전교조 전북지부에는 전날 전북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명 방검복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던 교사가 최근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짐을 모두 벗게 됐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최근 민사소송 과정에서 학생 측이 교사에게 사과하고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A교사는 위로금 전액을 교권침해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전교조에 기탁했다.

앞서 지난해 9월 행정소송 2심에서는 ‘학생의 행위가 교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1심은 “칼로 찔러 반드시 죽이겠다”고 말한 B군 측이 승소한 바 있다.

A교사는 2022년부터 2년여간 제자들로부터 “죽여버리겠다”, “가족까지 찢어 죽인다” 등의 살해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교사에 대한 조롱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협박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B군이 2학년이던 지난 2023년 9월께 체육수업에서 훈계를 들었다는 이유로 교실로 이동하는 중에 ‘(A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B군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반 학생 일부가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칼로 OO(신체부위)를 찌르면 한 번에 간다”, “촉법이라 괜찮다” 등 구체적인 방식까지 언급했고 교사는 이때부터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2024년 초에는 일부 학생들의 불성실한 수업 태도 등을 꾸짖은 뒤 불만을 품은 학생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A교사는 병원으로부터 6개월 이상 휴직을 권고한다는 진단서를 받았다. 학교 측에 특별휴가 및 병가를 신청했지만 즉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남편에게 무서운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걱정한 A교사 아내가 방검복을 사 왔다. 이후 A교사는 약 일주일간 학교에 이를 입고 출근했다.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날이면 인증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안전을 알리기도 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칼로 죽이겠다"는 학생의 말에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진의 방검복을 입은 해당 교사.(사진=전북교사노조 제공)
사안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하자 학교 측은 B군의 행위를 교권침해로 판단하고 출석정지 7일과 심리치료 21시간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B군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A교사도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이 이어져 왔다. B군 측은 결국 각종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한 끝에 교권침해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채 졸업했다.

A교사는 B군측으로 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5차례 신고를 당했다. B군 측은 “교사가 학생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거나 때리는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A교사는 아동학대 혐의에서 모두 벗어났지만, 신고가 처음 제기된 뒤 결론이 나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을 조사와 수사에 시달려야 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아동학대 신고제도가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준을 넘어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 맹렬히 비판했다.

이어 “모호한 아동학대 규정을 교육활동에 그대로 적용하는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신고와 수사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교육활동을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와 방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노조 폭로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후 전북교육청은 피해 교사를 돕겠다며 교권 전담 변호사 C씨를 배정했는데 그가 오히려 A교사에 2차 가해를 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C변호사는 A교사의 언론의 접촉을 막고, 살해 협박을 한 학생과는 합의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걸려 올 소송에 대비하시라” “상대편 변호사님이 제 학교 선배”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학생과 합의를 하면) 학생은 누명을 벗을 것, 선생님은 명예를 회복할 것, 학교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는 진실과 정의로 포장된 자신의 이익을 좇다가는 자기 몸에 불붙는 불나방이 된 줄도 모르고 타 죽을 곳”이라고도 덧붙였다. 살해 협박을 한 학생을 누명을 썼다고 표현하고, 피해 교사의 상황을 이익을 좇다 불에 타 죽는 불나방에 비유한 것이다. 이 밖에 A교사가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이 있을 경우에만 용서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배석했던 C변호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 뒤 문 밖으로 나가 벽을 강하게 내리치는 일도 있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