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회진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이식 코디네이터가 차트 하나를 들고 찾아왔다. 평소 같으면 환자의 상태부터 이야기했을 텐데, 그날은 잠시 머뭇거렸다.
“제 대학 친구 아버지입니다.”
십 년 가까이 연락이 뜸했던 대학 친구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 심장이식 안 받으면 1년 안에 돌아가실 수도 있대. 어떻게 해야 해?”
알고 보니 이미 우리 병원에서 오랫동안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였다. 친구는 혹시 자신의 부탁이 코디네이터에게 부담이 될까 봐 아버지가 입원한 뒤에도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심장이식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
나는 차트를 열었다. 여러 차례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심방세동이 있었으며 ICD도 삽입되어 있었다. 최근 열흘 정도는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다.
심초음파에서 좌심실 박출률은 18%였다. 입원 후 정맥으로 강심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상당한 용량이 있어야 겨우 혈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심장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신장 기능도 좋지 않았다. 중증 심부전 환자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약물치료만으로는 더 이상 시간을 벌기 어려워지는 때가 온다. 이 환자도 그 시점에 와 있었다.
이제는 심장을 대신할 치료를 생각해야 했다. 심장이식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LVAD, 좌심실보조장치를 먼저 넣을 것인가.
그런데 이 환자에게는 어느 한쪽을 바로 선택하기 어려웠다. 나는 차트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이식 등록은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LVAD도 같이 준비해야겠습니다.”
코디네이터가 물었다.
“이식센터장님, 두 가지를 같이 준비할까요?”
“네. 기증자가 먼저 나오면 이식을 할 수 있고, 그 전에 환자분 상태가 더 나빠지면 LVAD를 해야 합니다. 특히 신장 기능이 더 떨어지는지는 잘 봐야겠습니다.”
그것이 당시 우리가 내린 결정이었다. 심장이식도 준비하고, LVAD도 준비한다. 어느 하나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환자에게 먼저 열리는 길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심장이식과 LVAD를 두고 환자나 보호자들은 흔히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치료인지 묻는다. 그러나 실제 진료실에서의 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구에게는 심장이식이 먼저이고, 누구에게는 LVAD가 먼저이다. 또 어떤 환자에게는 이식과 LVAD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그 선택에서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혈액형이다. 특히 O형은 마음이 더 쓰인다. 심장이식을 기다릴 때 혈액형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O형이면서 젊은 환자라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길지만, 정작 자신에게 맞는 기증 심장을 기다리는 시간 역시 길어질 수 있다. 젊으니까 오래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몇 달 동안 강심제를 맞으면서 병원에 누워 있고, 그 사이 신장과 간 기능이 나빠지고, 제대로 먹지 못해 근육까지 빠지면 결국 좋은 기증자가 나타났을 때 가장 좋은 상태로 이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오히려 LVAD를 먼저 한다. LVAD가 이식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계가 심장의 일을 도와주는 동안 다시 걷고, 먹고, 몸을 회복하면서 이식을 기다린다. 이식을 더 잘 받기 위해 먼저 LVAD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나이가 많아지면 고민의 내용이 조금 달라진다. 60대는 심장이식을 포기해야 하는 나이가 아니다. 전신 상태가 좋고 신장과 간 기능이 괜찮으며 다른 문제가 없다면 60대에도 충분히 심장이식을 고려한다.
내가 조금 더 고민하게 되는 시점은 70세 전후부터이다. 70세라는 숫자 하나 때문에 이식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때부터는 한 가지 질문을 더 진지하게 하게 된다는 뜻이다.
‘심장이식을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심장이식이 정말 이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인가?’
심장이식은 새로운 심장을 넣는 것으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다. 수술 이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이지만,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고 신장 기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특히 70세 전후이면서 신장 기능이 좋지 않거나 반복적인 감염이 있거나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다면, 심장이식보다는 LVAD를 마지막 치료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를 Destination Therapy, DT라고 한다. 나는 환자에게 이것을 ‘이식을 못 해서 LVAD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앞으로 가장 좋은 삶을 줄 수 있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 나이가 조금 있는 수혜자에서는 기증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기증자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거나 몇 가지 조건 때문에 젊은 수혜자에게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심장이 있다. 흔히 ‘마지널 도너’라고 부르는 경우다.
그러나 마지널이라는 말이 곧 나쁜 심장이라는 뜻은 아니다. 심장 기능이 좋고, 다른 조건이 괜찮고, 수혜자의 상황과 잘 맞는다면 충분히 좋은 기증 심장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증자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다.
이 기증 심장을 받는 위험과 환자가 더 기다리는 위험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그 판단은 수혜자마다 달라진다.
이번 환자에게도 그 기다림이 문제였다. 심장이 좋지 않은 데다 신장 기능까지 좋지 않았다. 오늘은 강심제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었다. 신장 기능이 조금 더 나빠지면 심장이식 수술의 위험도 커진다. LVAD 수술 역시 쉬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검사 결과를 보면서 생각했다. 조금 더 기다려도 될까.아니면 이제는 LVAD를 해야 할까.
어떤 날은 심장보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더 눈에 들어왔다. 심부전이 심해지면 심장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하면 신장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심장과 신장이 서로를 끌어내린다. 그 지점까지 가기 전에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환자에게는 이식만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심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하면서 LVAD에 필요한 평가도 함께 진행했다.
나는 가족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다. “지금 당장 둘 중 하나를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식과 LVAD를 같이 준비하겠습니다.”
환자는 오히려 LVAD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그냥 인공심장을 하면 안 됩니까?”
이유를 들어보니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었다.
“이식까지 하면 애들이 부담되지 않겠습니까.”
평생 가족을 책임지고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이 걸린 순간에도 가족 걱정을 먼저 한다. 의사는 생존율을 생각하고 수술 위험을 생각하지만, 환자는 병원비를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자식들이 병원을 오가는 시간을 생각한다.
나는 환자 가까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아버님, LVAD가 나쁜 치료라서 이식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설명했다.
“지금은 두 가지를 같이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좋은 기증자가 먼저 나타나면 이식을 하는 것이 좋고, 그 전에 심장이나 신장이 더 나빠지면 더 기다리지 않고 LVAD를 하겠습니다.”
환자가 물었다.
“그럼 언제 결정합니까?”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매일 결정하는 겁니다.”
사실 그 말이 가장 정확했다. 중증 심부전 환자의 치료는 한 번 결정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기다려도 되지만 내일은 기다리면 안 될 수도 있다. 어제보다 강심제가 더 필요해질 수도 있고, 하루 사이 신장 기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다시 판단한다.
그렇게 심장이식 대기자 등록을 했다. 하지만 이제 막 등록한 환자였다. 순위를 확인하니 100순위 밖이었다. 그 숫자를 보고 당장 기증자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식 대기자 등록은 해두었지만 현실적으로는 LVAD를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등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디네이터에게 연락이 왔다.
“이식센터장님, 제주도에서 뇌사 기증자가 발생했습니다.”
나는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 환자는 100순위 밖이었다.
“우리 환자까지 올 가능성이 있습니까?”
“아직 많이 앞에 있습니다.”
그 정도였다.
그래서 기증자 자료를 확인하면서도 당장 우리의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증자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앞 순위의 여러 수혜자와 이식센터에서 기증자의 조건을 검토한 뒤 받아들이지 않았다.
순위가 하나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코디네이터가 다시 연락했다.
“이식센터장님, 계속 내려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순번이 점점 가까워졌다.
다시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많이 내려왔습니다.”
그때부터는 나도 기증자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나이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심초음파를 보고 심장 기능을 확인했다. 혈압은 안정적인지, 승압제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다른 검사 결과는 어떤지 하나씩 살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환자를 다시 보았다. 이 환자는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았다. 강심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LVAD도 준비하고 있었다.
기증자의 나이가 조금 많다는 위험과 우리 환자가 앞으로 몇 주, 몇 달을 더 기다리는 위험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지를 생각했다.
다른 센터에서 거절했다고 해서 그 심장이 나쁜 심장이라는 뜻은 아니다. 젊은 수혜자라면 조금 더 기다려 더 젊은 기증자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반대로 기다리는 것 자체가 위험한 환자에게는 같은 심장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심장이식에서는 ‘좋은 기증자’와 ‘나쁜 기증자’를 단순하게 나누기가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증자가 지금 이 환자에게 적절한 기증자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예상하지 못하게 우리 환자에게까지 순번이 내려왔다. 100순위 밖이었다. 등록할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우리의 결정 차례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식센터장님, 이제 본원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때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기증자는 제주도에 있었다. 심장을 비행기로 가져와야 했다.
기증 심장은 적출된 순간부터 시간이 중요해진다. 비행기 시간과 적출 시간을 맞추고, 제주도에서 공항까지, 그리고 김포공항에서 우리 병원까지의 시간을 계산해야 했다. 심장이 아무리 좋아도 허혈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안 된다.
그날 코디네이터는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적출기관과 연락하고, 항공편을 확인하고, 적출팀의 이동을 준비했다. 기증자의 새로운 검사 결과가 들어올 때마다 바로 확인해 나에게 알려왔다.
평소에도 꼼꼼한 코디네이터였지만 그날은 유난히 더 세심해 보였다. 아마 친구의 아버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을 것이고, 혹시라도 놓치는 것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몇 번 더 확인하고, 한 가지라도 의심스러우면 다시 물었다.
그러면서도 환자와 가족을 챙겼다.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가족들에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수술 전에 빠뜨린 것은 없는지 계속 확인했다. 자신도 정신없이 바빴을 텐데 가족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곁에서 하나라도 더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운 사람의 치료를 맡는 것은 오히려 더 어렵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코디네이터에게 말했다.
“환자분과 가족분들은 잘 챙겨주세요. 기증자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은 제가 하겠습니다.”
코디네이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할은 분명해야 했다. 코디네이터는 환자와 가족 곁을 지키고, 나는 이 기증 심장을 받아도 되는지를 결정해야 했다.
기증자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 심장 기능을 보고, 기증자의 나이를 생각하고, 제주도에서 오는 허혈시간을 계산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 환자의 상태를 보았다. 좋지 않은 신장 기능. 강심제를 사용해야 유지되는 혈압.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간.
나는 결국 두 가지 위험을 저울에 올렸다.
이 기증 심장을 받는 위험. 그리고 이 기회를 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위험.
이번에는 후자가 더 컸다.
“이 기증 심장은 받겠습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출팀이 제주도로 향하고, 수술실이 준비되고, 중환자실에서는 수혜자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날 밤에도 기증자의 상태는 계속 확인했다. 한번 받겠다고 결정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기증자의 상태가 갑자기 변할 수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확인하고, 상황이 달라지면 결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코디네이터 역시 밤새 적출기관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다음 날 새벽 적출팀을 보내기 위해 일찍 병원에 나왔다고 했다. 친구의 아버지를 수술실로 보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마 다른 이식 때보다 훨씬 긴 밤이었을 것이다.
수술 전 환자와 가족에게는 좋은 이야기만 하지 않았다. 새로운 심장이 들어오더라도 수술 직후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일차성 이식편 기능부전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ECMO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이 환자는 수술 전부터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 후 일시적으로 투석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었다. 출혈, 감염, 거부반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심장이식은 수술이 끝나는 순간 모든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심장과 살아가는 치료가 그날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환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기증자의 심장은 생각보다 좋았다. 새로운 심장이 들어간 뒤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수술 중 환자의 상태도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수술은 생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중환자실에 갔다. 환자는 이미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숨을 잘 쉬고 있었고 의식도 명확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환자는 크게 웃여 보였고 기침도 잘하셨다.
격리병실 창 너머에서 코디네이터를 발견하더니 손을 들어 흔들었다. 며칠 동안 누구보다 분주하게 뛰어다녔던 얼굴에 그제야 조금 여유가 보였다. 친구에게도 이제는 웃으면서 연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환자에게 앞으로 잘 살아가시라고 마음으로 기도해 드린다.
심장이식 환자를 오래 보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어떤 환자는 이식을 하고, 어떤 환자는 LVAD를 하나요?”
예전에는 나도 두 치료를 나누어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실제로 환자를 보다 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심장이식과 LVAD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치료가 아니다.
젊은 O형 환자처럼 이식 대기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면 LVAD를 먼저 하고 몸을 회복하면서 이식을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70세 전후의 환자라면 단순히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느냐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서 감염과 신장 기능 저하를 감당해야 하는 삶까지 생각해야 한다. 어떤 환자에게는 LVAD를 최종 치료로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일 수 있다.
60대의 건강한 환자라면 충분히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기다리는 위험이 커진 환자라면 조금 더 폭넓은 조건의 기증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환자처럼 어느 한쪽을 바로 결정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두 가지 길을 함께 준비한다. 기증자가 먼저 나타나면 심장이식을 한다. 기다리는 동안 심장이나 신장이 더 버티지 못하면 LVAD를 한다.
이번 환자는 등록할 때만 해도 100순위 밖이었다. 누구도 이렇게 빨리 기증 심장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기증자였고, 앞 순위의 여러 환자에게는 선택되지 않았던 심장이 우리 환자에게까지 내려왔다.
다른 환자에게는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우리 환자에게는 더 기다리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
결국 심장이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순위도, 나이도, ‘마지널’이라는 이름도 아니다.
지금 이 환자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이식센터장으로 일하면서 늘 여러 개의 시간을 함께 본다.
기증자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
심장이 버텨줄 수 있는 시간.
신장이 버텨줄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 되는 시간.
이번 환자는 이식과 LVAD, 두 길을 모두 준비했다. 그리고 다행히 심장과 신장이 허락한 시간 안에 새로운 심장이 먼저 찾아왔다.
모든 환자에게 그런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면서도 준비한다. 오늘 조금 더 기다려도 되는지, 내일은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잡아도 되는지.
어쩌면 이식센터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환자가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
그것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심부전과 살아가기] 심장이식과 LVAD, 두 길을 함께 준비하는 결정의 순간](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50014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