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시진핑,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 부추긴다고 주장”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유도해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사진=AFP)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은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중국을 부추겨 대만을 공격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 주석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만난 바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계획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내 관료들에게 경고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시 주석의 발언을 두고 미·중 관계에서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중국 학자들과 퇴역 군 장교들도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추이톈카이 지난 1월 “(중국은) 누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미국과의 갈등이 중국의 많은 업적을 파괴하고 2049년까지 중화민족 대부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측 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주드 블랑셰트는 “시 주석이 정말 미국이 대만을 놓고 중국과 적극적인 갈등을 빚는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시 주석이 정보 공백을 만들었거나 부하들로부터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부임하면서 양안 관계는 악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 포위를 염두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이는 등 대만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주미 중국 대사관은 FT 보도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