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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최근 2년간 민간기업 간 검사, 최소 69명"

이영민 기자I 2024.01.21 16:17:58

민간기업에 취업한 69명 명단 공개
수사 대비·보은성 영입사례 관찰돼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우려스러워"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최근 2년간 퇴직 후 민간기업의 임직원으로 취업한 검사가 69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참여연대는 21일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퇴직해 민간기업 임직원으로 취업한 검사 6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은 공직윤리시스템에서 확인된 최근 2년간 퇴직한 검찰청·법무부 소속 검사(장)와 법무부 정무직, 일반직 고위공무원을 조사해 작성됐다.

명단에 따르면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과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퇴직 검사장급 24명 중 13명이 2개 이상 민간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취업했다. 퇴직 검사 중에는 신영식 전 인천지검 형사2부장, 이준식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허태원 전 검사가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취업했다.

참여연대는 기업이 현재 사건에 대비하거나 과거 사건에 대한 보은 목적으로 퇴직 검사를 영입하고 있다며 KT와 SK를 사례로 들었다. KT는 ‘일감 몰아주기’와 ‘보은투자’ 의혹 때문에 경영진이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용복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은 지난해 11월 정기 인사 때부터 법무실장(부사장)을 맡았고,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을 맡은 허태원 전 검사와 감사실장을 맡은 추의정 전 검사는 올해부터 KT에서 일을 시작했다.

2010~2011년 SK 오너 일가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 사건 수사를 맡은 박철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은 2012년부터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의 윤리경영총괄 부사장, SK케미칼 부사장 등을 맡았다. 박철 전 검사는 당시 피해자로서 1인 시위를 벌인 화물차 운전기사를 업무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해 논란이 됐다. 또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기업인 SK케미칼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혐의로 2022년 8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형이 선고됐지만 지금까지 SK디스커버리 사장 보좌역을 맡고 있다.

한편 민간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임기를 마치지 않고 중도 사임한 사례도 9건 있었다. 이시원 전 검사는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되면서 한솔케미칼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지 2달 만에 중도 사임했다.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에 임명된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도 쇼박스 사외이사에 선임된 지 26일 만에 물러났다.

참여연대는 “민간기업이 퇴직한 검사나 검찰 · 법무부 일반직 고위공직자를 사외이사나 미등기 임원 등으로 대거 영입하는 사례를 보면, 수사·기소기관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의 영향력과 검찰카르텔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검찰카르텔이 공직사회를 넘어 민간기업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참여연대는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전수 조사를 할 수 없었다”며 “퇴직 공직자가 취업 심사에서 ‘취업 가능이나 취업 승인’ 결정을 받고도 취업하지 않은 경우 등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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