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살포 사건 등으로 실추된 민주당의 윤리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혁신위원회는 출범 두달만에 사실상 좌초했다. 친명과 비명 등 계파 갈등만 더 커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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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패배 5개월만인 지난해 8월 28일 민주당 당권을 잡은 이 대표는 당시 78%에 육박하는 전당대회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부·여당을 견제하면서 민주당을 하나로 묶을 리더십을 기대한 당원들이 많았다. 이 대표 본인도 ‘유능한 대안정당론’을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유력 대선 주자로 민주당 내 당권을 잡은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법리스크였다. 성남시장 재직 때부터 이어져온 특혜 의혹과 선거 과정에 있었던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취임한지 나흘만(2022년 9월 1일)에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 소환에 불응하던 이 대표는 올해부터 검찰 조사에 응했다. 지난 2월에는 회기 중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거쳐야했다. 가까스로 부결됐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가결표가 적지 않았다. 여당으로부터는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지난 6월에 이 대표는 본인이 직접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지만 회기 중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의원들의 자유 의사’에 맡기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계파 간 갈등과 방탄국회 오명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것이다.
‘김남국 의원의 대규모 코인 투자’,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등에 따라 민주당 윤리성 회복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도 큰 성과를 못 냈다. 계파 간 이견만 확인했을 뿐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 본인부터 여러 설화에 얽히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도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들었어야 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이 대표 본인에게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대표는 이달 30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9월 회기 동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까지 전망되고 있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 수감까지 염두에 둔 ‘플랜B’를 마련해야한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지지율 답보에 빠진 민주당...“대표는 어디에?”
민주당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책임지는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20여명의 의원들이 연루된 돈 봉투 살포 사태와 관련해서 이 대표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게 들리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과거 당대표실 근무 경력이 있는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돈 봉투 사태 초기 때, 대표로서 앞장서 이들의 의혹을 규명하고 징계를 하는 리더십을 보였다면, 지금처럼 검찰에 끌려다니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4~16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3%로 나타났다. 한 해 사이 약 8%포인트 정도 떨어진 것이다. (표본조사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명계 의원들도 총선 전 민심을 우려하는 눈치다. 한 친명계 의원은 “지금 총선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계속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