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野 홀로 의결…‘안전운임제 영구히’ 野 단독 상정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KBS·EBS 이사회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확대 개편하고 이들 방송사 사장을 국민추천위원회가 추천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 특히 여권의 입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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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법안을 최장 90일까지 숙의하려 만들어진 안건조정위는 총원이 6명으로 통상 의석 수에 따라 민주당 3명과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비교섭단체 몫에 민주당 출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을 배정해 안건조정위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앞서 지난 10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쌀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과 같은 방식이다.
같은날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화물차주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을 없애고 항시 운영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요구하는 안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었다면서 “의회 폭거” “민노총 조직 확대에 협조하는 법안을 해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불참한 국토교통부 장·차관을 상대로 증인 출석 요구를 의결하는 등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합법 노동쟁의에 참여할 수 있는 근로자 범위를 특수고용·하청업체 근로자까지 넓히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면제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환노위는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 상정을 두고 말싸움이 오갔고 결국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한 채 논의를 시작했다. 야당은 오는 7일 법안소위에서 노란봉투법 심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결국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수적 열위’ 與 묘책 없어 고심
각 상임위에서 야당이 수적 우위를 무기로 쟁점 법안 처리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여당으로선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모든 상임위에서 민주당은 ‘재적위원 과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 찬성’이라는 최소한의 의결 의석 수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나마 본회의 상정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민의힘(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는 것이 여당엔 최후 저지선으로 꼽힌다. 지난 1·2일 본회의가 예정되고도 열리지 않은 배경엔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이 없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법사위가 막힐 경우 민주당엔 신속처리대상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직상정하는 선택지가 있다. 다만 심사 기간이 90일로 정해져 있어 사실상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 당장 이를 고려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에서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방송법 개정안 강행시 “대통령에게 헌법상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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