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본’ 늘리고 ‘특판’ 집중하고… 연말 앞둔 국내 다이어리 업계 생존법

김정유 기자I 2017.11.23 08:37:23

스마트폰 보급으로 연 500억 시장서 정체 및 위축
모닝글로리, 양장 다이어리 종류 늘리며 '선택과 집중'
양지사, 소매점 영업보다 특판 영업에 집중 '눈길'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시장 정체 상황을 맞은 국내 다이어리 업체들이 4분기 성수기를 맞아 양장본·특판 비중 확대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문구업체 모닝글로리의 올해 (회계연도 2016년 7월~2017년 6월 기준) ‘양장 다이어리’ 생산량은 20만8270개로 2015년 대비 11.2% 늘었다. 같은 기간 다이어리 입고 금액도 5억7000만원 수준에서 7억5000만원으로 31.6% 증가했다. 이 업체는 과거 링 타입 다이어리(일반형)를 40종 이상 출시했지만 지금은 7종으로 줄이고 양장 다이어리에 집중하고 있다. 모닝글로리의 양장 다이어리는 2015년 12종에서 올해 20종으로 8종 늘었다.

모닝글로리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예전보다 연말연시 다이어리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날로그식으로 다이어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있어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며 “모닝글로리도 과거처럼 일반적인 링 타입보다 양장본으로 만든 다이어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생산량과 종류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모닝글로리가 최근 집중적으로 종류와 판매를 늘리고 있는 양장본 다이어리. (사진=모닝글로리)
양지사(030960)도 소매점 납품을 줄이고 기업간거래(B2B) 특판 위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양지사는 현재 국내 양장 다이어리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국내 1위 다이어리 업체다.

문구 소매업계에 따르면 양지사는 일반 소매(B2C) 시장에서 반품이 증가하자 최근 기업 특판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지사의 최근 국내 다이어리 특판시장 비중은 약 40% 수준. 이 회사는 지난 6~7월부터 별도로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다이어리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양지사 관계자는 “회사 영업 전략인 만큼 특판 비중 등 관련 내용을 공유할 수 없다”면서도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테마 수첩, 여행용 수첩 등을 개발해 적극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다이어리 업체들이 계절적 성수기인 연말을 맞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국내 다이어리 시장이 4~5년 전 약 500억원 수준에서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국내 다이어리 시장은 양지사, 모닝글로리, 오롬시스템, 플랭클린, 몰스킨 등의 업체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문구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선 ‘아날로그 시대의 귀환’이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스마트폰의 위력을 앞설 정도로 국내 다이어리 시장이 활성화되진 않고 있다. 시장 규모도 과거 500억원 시장에서 점차 내리막을 걷고 있는 중”이라며 “몰스킨, 프랭클린 등 외국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양지사의 수첩 및 다이어리류 생산 실적도 지난해(2016년7월~2017년6월) 2650만부로 2년 전 2909만부에 비해 8.9% 감소했다. 커피업체 ‘스타벅스’ 브랜드를 빌려 판매되는 다이어리(몰스킨·팬톤 등)를 제외하고는 외국업체들 경우도 마찬가지다. 4분기에만 월 평균 4000여개의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도 다이어리 판매 규모가 줄었다. 광화문 핫트랙스 관계자는 “4분기에 다이어리가 많이 팔리긴 하지만 7~8년 전과 비교해보면 판매가 위축됐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약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프랭클린 같은 경우에도 매장 규모를 대폭 줄이는 등 외국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다이어리 업체들은 양장본에 집중하거나 특판 비중을 올리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생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스타벅스처럼 브랜드 파워가 있는 유통업계의 마케팅 수단으로는 유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다이어리 판매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스타벅스 사례처럼 소비자들은 다이어리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단 MD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다이어리 시장은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업체들 역시 점차 집중 전략을 통해 생존 또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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