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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초생활보장 부양 의무자 기준 완화 등 새 정부가 연일 발표한 복지 확대 정책을 두고 야당과 일부 여론에서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주는 것 같은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판하자 해명한 것이다.
‘퍼주기’ 비판받았는데…재정 건전성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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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년 정부의 재정 건전성 지표가 올해보다 개선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어서다.
정부 안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올해 -1.7%(추경 기준)에서 내년 -1.6%로 마이너스(-) 폭이 거꾸로 줄어든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구조적으로 흑자가 나는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복지로 나가는 돈을 늘리고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한 정부 적자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명목 GDP 대비 국가채무(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채무·D1) 비율도 내년에 39.6%로 올해와 변화가 없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2021년까지 시계를 넓혀도 유사하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2019년 -1.8%, 2020년 -2%, 2021년 -2.1%로 소폭 상승하긴 한다. 반면 국가채무 비율은 2021년 GDP의 40.4%로 내년(39.6%)보다 약간 올라가는데 그칠 전망이다. 임기 말까지 세계적으로 양호한 재정 건전성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朴정부 증세 덕분…복지 확대 ‘미흡’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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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넉넉한 나라 곳간에 있다. 지난 정부에서 소득세·법인세·담뱃세 등 증세를 추진한 덕분에 복지 지출을 확대할 재정 여력이 생겼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행운’에만 의존한 탓에 새 정부의 복지 확대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총 429조원으로 올해 본예산(400조 5000억원)보다 7.1% 늘리기로 했다. 내년 경상 성장률(물가 상승 요인을 반영한 경제 성장률) 전망보다 2.6%포인트 높은 것으로, 증가율은 세계 금융위기 후폭풍이 남았던 2009년(10.6%) 이후 최대다. 경제 성장에 따라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나랏돈을 많이 풀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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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11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올해 정부 지출액을 이미 410조 1000억원으로 늘렸다. 내년 정부 예산은 추경 예산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4.6% 증가하는 수준이다. “경상 성장률보다 높은 정도로 재정을 확장하겠다”는 정부 공언이 무색한 것이다.
정해방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기획예산처 차관·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는 “추경 예산에 일회성이 아닌 경상적 지출이 많이 들어갔다면 이듬해 예산은 추경을 바탕으로 증가율을 계산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추경에 앞으로도 일정하게 지출이 필요한 사업을 주로 담았다면 일시적인 경기 침체 등을 탈출하기 위해 편성하는 ‘예외적 지출’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수흥 국회 수석전문위원도 정부의 올해 추경 예산을 심사하며 “이번 추경안에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정부는 향후 총지출의 추가 소요분을 반영해 재정 총량의 변화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의 올해 추경 예산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내년 예산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5.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새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예산 기준을 낮춰 잡으면 이에 바탕을 둔 향후 예산도 증가 폭이 줄줄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정도의 복지 확대로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복지, 저출산, 일자리 위기 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첫해 예산안치고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며 “‘소득주도성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크게 과감하지 않고 오히려 약간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증세없는 재정 확대 ‘발목’…일부 공약은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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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지출 확대를 발목 잡은 주요 원인은 증세를 최소화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 178조원 중 60조 5000억원(34%)을 별도 증세 없이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정부 애초 예상보다 더 걷히는 세금(초과 세수)으로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 근거로 올해도 15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데, 올해 추경 예산은 이 세금 8조 8000억원을 재원으로 가져다 쓴 것인 만큼 추경을 기준으로 향후 정부 지출을 늘리면 기준선이 올라가 재정 적자 확대 또는 증세가 불가피해지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권 말인 2021년 조세 부담률 전망치를 19.9%로 제시했다. 올해(추경 기준 19.3%)와 거의 변화가 없다. 조세 부담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지방세 등 국민이 낸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19.9%라는 것은 국내 경제 주체가 100만원을 벌어 19만 9000원을 세금으로 냈다는 뜻이다. 사실상 추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증세 기피의 반대급부는 더딘 복지·사회 안전망 강화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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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부양 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를 ‘주거 급여 등 일부만 폐지’로 바꿔치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0~5세 아동 수당을 애초 ‘단계적 인상’에서 월 10만원으로 못 박은 것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 어르신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를 깎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 제도를 그대로 둔 것 등도 복지 확대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 비중을 작년 10.4%에서 향후 5년 안에 2~3%포인트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공식화했다. 이 지표는 실업·건강·주거 등 정부의 사회 분야 지출액 비중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국은 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작년 기준 21%)을 10%포인트 이상 밑돈다. 그런데도 지출을 매우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빠른 고령화 등으로 인해 나중에 지출 부담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복지 지출 증가율을 내년만 두 자릿수로 확대하고 이후에는 다시 한 자릿수로 낮출 계획이다. 과거 정부와의 뚜렷한 차별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막상 정부 지출을 늘리려 해도 어디에 돈을 써야 생산적인지 정부 자체도 가늠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정책 수단이나 관련 연구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교수는 “복지 국가로 나아가려면 재정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양극화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복지 확대를 이룩할 수 있도록 증세 로드맵을 포함한 전향적인 재정 정책 추진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