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집값이 들썩이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사용도 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DSR)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대출규모를 줄일 수 있어 합리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84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5611억원(1.43%) 증가한 규모로 올해 월중 증가세로는 가장 큰 폭이다. 이들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해 11월 41조원을 넘어서면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 2월을 빼면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 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어난 것은 최근 집값 상승 및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마이너스통장은 부동산 거래시 계약금이나 담보인정비율(LTV)을 넘어서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통장은 보통계좌(요구불예금)에 미리 신용대출 한도를 설정해 놓고 통장 잔액이 없더라도 대출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다.
실제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3000억원이 늘어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불어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5월29일~6월 2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5% 상승했다.이는 전주(0.30%)는 물론 지난해 11·3대책 발표 이전 가격 상승이 높았던 가을주간 최대 상승률(0.35%)를 넘어선 수준이다.
여기에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증가세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평균 마이너스 대출금리는 지난 1월 연 4.84%였지만 지난달에는 4.65%까지 떨어졌다.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늘어나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은행권에서 준비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도입되면 갑작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DSR은 DTI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더 깐깐히 보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에 있는 대출이자는 물론 대출원금(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미결제액, 휴대폰 요금 미납액 등)까지 소득과 비교해 산출한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이외 기타 대출은 이자상환액만 갚아야 할 부채로 삼는다.
아직 DSR 산정시 마이너스통장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DSR을 계산할 때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 미정이다. 만약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한도 전체를 DSR에 반영한다면 마이너스통장 하나만 있어도 DSR은 100%를 넘을 수 있다. 이 경우 금융권이 적정 리스크 수준으로 보고 있는 DSR 60~80%를 넘기 때문에 ‘대출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