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현대중공업(009540) 주가가 범현대가 KCC의 지분 매입 결정에 급등했다.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현대차(005380) 주주들도 KCC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각종 투자유가증권 처분에 나서면서 현대차 보유주식마저 팔지 않겠느냐는 두려움에서 일단 벗어난 덕분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현대중공업그룹은 포스코(005490)와 KCC(002380)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지난 3분기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낸 후폭풍이었다. 현대중공업 측의 예상치 못한 지분 매각이었던 탓에 대상이 된 회사들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18일 포스코 지분 1% 전부를 매각키로 하고 다음달 실제 매각에 나서자 포스코 주가가 2.77% 하락하면서 30만원대가 다시 무너졌다. 현대삼호중공업이 KCC 지분 7.63% 매각에 나선 20일까지 KCC 주가는 이틀간 10.8% 폭락했다.
이런 가운데 불똥이 현대차로 튀었다. 포스코는 혈연 관계가 없는 만큼 매각 결정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범현대가 일원인 KCC 주식마저 팔자 현대차 보유 지분도 팔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생겨 난 것.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두 곳에서 각각 2%, 1.03%씩 총 3.03%의 현대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엔화 약세와 주가연계증권(ELS) 녹인(Knock-In) 우려 등으로 15만원대마저 무너진 뒤 회사의 자사주 매입 결정 등으로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던 상황이었다.
엔저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자 최근 다시 불안불안했다. 이 상황에서의 현대중공업 측의 지분 매각은 자칫 주가를 그로기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일 오후 늦게 반전이 일어났다.
KCC가 3000억원을 들여 현대중공업 지분 3.21%(243만주)를 매입키로 한 것.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자사주를 매입, KCC가 현대중공업 자금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주식시장에서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원 기대감에 6% 가까이 폭등했다.
증권사 한 중개인은 “사상 최대 적자와 노사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집안의 어른 격인 KCC가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이 맞다면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자사주 일부만 처분하는 것인 만큼 급한 불은 끄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다. 현대중공업 측이 자산 매각 계획에 대해 시장과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4분기 다시금 실적 쇼크가 발생할 경우 매각 카드는 되살아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차 지분 외에도 현대그룹 핵심회사들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20%와 1.59%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손실이 큰 데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과거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넘봤다는 점에서 둘 다 매각할 경우 현대차 지분이 먼저 처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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