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CJ 20·60] 글로벌 꿈 '좌초'..검찰수사에 '발목'

이승현 기자I 2013.06.03 10:58:35

이재현 회장 사법처리 각오..''글로벌 CJ'' 차질 위기
경영실적 악화 ''먹구름''..직원들도 동요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자부심에 상처를 안겨 미안하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여러분은 우리 CJ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하나 마음을 모아달라.”

CJ(001040)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3일 직원들에게 이 같은 이메일을 보내 최근 검찰 수사로 촉발된 그룹 안팎의 위기에 대해 사과했다.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097950)의 창립 60주년, 이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꿈꾸던 CJ그룹이 한순간 선장을 잃고 표류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 최대 위기 봉착

최근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등의 혐의 입증을 위해 CJ그룹 본사와 제일제당센터, CJ경영연구소에 이어 이 회장 자택까지 압수수색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 모습. CJ그룹은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을 단행했다. 검찰 뿐 아니라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모든 사정기관이 나서 CJ를 샅샅이 훑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점점 이 회장과 오너 일가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회장 본인도 사법처리를 각오한 듯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또 한명의 재벌총수가 법정에서 죄의 유무를 따져야할 처지에 몰렸다.

이 회장의 사법처리시 CJ그룹의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CJ그룹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적극적인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중국과 2012년 베트남에서 각각 ‘제2 CJ건설’, ‘제3 CJ 건설’을 선언했고, 올해는 이 두 나라를 거점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계획했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총매출 100조원, 글로벌 매출 50조원을 돌파해 ‘위대한(Great) CJ’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전략목표였다.

하지만 검찰수사로 이 같은 구상에 급제동이 걸렸다. 글로벌사업을 담당하는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 담당자들로부터 검찰 수사와 관련된 문의를 많이 받고있다”며 “검찰 수사가 글로벌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심상찮은 경영악화

사실 CJ그룹의 위기는 검찰 수사 이전부터 시작됐다. 시발점은 그룹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CJ제일제당이 실적 악화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부터다.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1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8% 감소했고, 매출액도 1조7974억원으로 5.1% 증가하는데 그쳤다.

CJ제일제당의 부진은 최근 몇 년간 회사의 이익을 책임져 온 바이오사업이 지지부진 한 것이 큰 원인이다. CJ의 라이신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라이신 탓에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가공식품의 판매 부진 역시 CJ제일제당이 풀어야할 과제다. 이에 따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분말카레 사업을 철수하고 고춧가루 등 일부 부진한 사업의 추가 철수도 검토하고 있다.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는 택배사업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대한통운 지분 인수 당시 CJ GLS가 차입한 4400억원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인해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60% 이상 줄었다. 최근까지 이어진 택배기사들의 파업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도 적지 않다.

식자재·급식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정부가 CJ 등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을 공공기관 급식사업자에 배제하기로 하면서 공공기관 급식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CJ푸드빌 역시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인해 외식과 프랜차이즈 사업 모두 발목이 잡혔다.

◇ 돌파구 있나

CJ그룹의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 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수사가 길어질수록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CJ그룹의 수사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보면 명확한 증거가 없을 때 취하는 전형적인 방식처럼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첩보 수준의 정보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 관계 여부와는 달리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J그룹이 검찰로부터 의심 받고 있는 비자금 규모는 최초 70억원에서 수백억원, 수천억원으로 커졌다. 탈세 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비자금은 아직 없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수사는 최대한 은밀하게 하되 혐의가 입증됐을 때는 강한 처벌로 일벌백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내부 직원들의 동요를 막는 것도 CJ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직원들의 동요를 막아야 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한 직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마음이 심란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 동료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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