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전날(12일) 서울지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13.89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유 평균가격이 200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18일 이후 55일만이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4시간 단위로 집계되는 가격은 2017.26원. 2008년 7월13일 기록했던 사상최고가(2027.79원)와는 불과 10.53원 차이다. 사상최고가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지난 3월10일 2년8개월여만에 2000원선을 넘어선 뒤 한 달 간 2000원대에 머물다가 기름값 할인 조치가 시행된 4월7일 이후 일주일간 1900원대로 물러섰다. 이후 재차 반등, 한달간 2000원대를 지키다 할인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5월19일 1900원대로 내려앉았다.
◇ 왜 오르나
기름값 상승은 예고됐던 일이다. 정유업체들이 할인 종료 이후 공급가격의 단계적 환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통보하는 국내 1, 2위 정유업체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전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전주대비 ℓ당 40~50원, 20원 가량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수요일 할인 조치가 종료됐기 때문에 이번주부터 공급가격 환원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휘발유 제품 가격에 1~2주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국제 휘발유 제품 주간 평균가격도 7월 첫째주 급반등, 국내 휘발유 제품 가격을 밀어올렸다. 6월 셋째주~다섯째주 3주 연속 하락했던 국제 가격은 7월 첫째주 전주대비 5.11% 상승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국제제품 가격이 경기회복 기대감, 미국 재고량 감축, 달러 약세 등으로 큰 폭으로 뛰어 이번주 국내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주유소들이 공급가격 할인 종료 이전에 사들였던 재고 물량이 소진된 것도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 얼마나 더 오를까
수도권 지역은 재고 소진 속도 등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 반영 시점이 빠르다. 다른 지역 휘발유 가격도 따라 오를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조만간 2000원선을 돌파, 기름값 2000원 시대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날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928.16원. 지난 4월5일 기록한 사상최고가(1971.37원)와 43.21원 차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100원 환원이 완료되고,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 장기적으로 2000원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2000원선은 심리적 저항선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국제 유가 동향과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환원 속도다. 주유소간 경쟁 요인, 소위 `눈치보기`가 어느 정도일지, 2000원선 돌파 구두 제지에 나선 정부가 추후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100원 인하하는 동안 국제 유가가 내려갔고, 환율도 상당히 떨어졌다"며 "100원 인하가 끝났어도 이러한 요인들이 반영돼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정유사들에 공급가격 환원 속도를 조절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 파장 및 대책은
식료품 가격 등 물가가 널뛰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가계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인하했으니 이번에는 정부가 유류세나 할당관세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할당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지식경제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가 반대, 부처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할당관세를 3%에서 0%로 내린다 해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원 밖에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얼마나 체감할지 등을 깊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