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이준기 송이라 기자]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 인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도 해외로 출국해 외환은행(004940) 매각과 관련한 재계약 여부를 두고 사전에 하나금융과 론스타간 물밑접촉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승유 회장은 지난 9일 밤 미국으로 출국해 지난 12일 새벽 귀국했다. 김 회장의 미국 방문은 일부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조용히 이뤄졌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에서 법인을 책임지는 사람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해 방문한 것이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하나파이낸셜(Hana Financial, Inc)이라는 회사와 상표권을 두고 법정소송을 하고 있다.
하나파이낸셜은 지난 1994년 미국에서 설립돼 상업대출이나 팩토링(factoring) 업무를 하는 곳으로, `하나(Hana)`라는 상표를 쓰고 있지만 국내에 있는 하나은행이나 하나금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나금융은 이 회사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까지 추가적인 재판이 진행중이다.
하나금융이 소송에서 질 경우 미국에서 `하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어렵고 사용하더라도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점에서 하나금융으로선 법률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그렇더라도 김 회장의 미국 방문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금융위원회 전체회의(18일)를 불과 1주일여 앞둔 시점이라 그의 행보는 더욱 주목을 끌었다. 약 5조원이 걸려있는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소송금액이 100만달러(약 10억원) 남짓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을 다녀왔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김 회장이 론스타 관계자들을 만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연기될 경우를 대비해 재계약하는 방안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지난주말을 전후해 금융위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송 때문이라면 법률대리인을 보내면 될 일을 김 회장이 직접 나설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뭔가 다른 이유에서 미국을 방문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이 유럽출장을 떠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클레인 행장은 씨티그룹에서 주최하는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참석키 위해 지난 10일 출국했다. 금융권에선 클레인 행장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있는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런던은 지난해 11월말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한 곳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하나금융이나 론스타로선 계약체결 마감일(24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쯤 시한을 넘겼을 때를 대비한 재계약 문제를 협의해야할 시점"이라며 "그런 점에서 론스타가 김 회장을 만나고 다른 경로로 외환은행 매각 관련 현안을 듣기 위해 클레인 행장을 직접 불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사전에 일정이 잡혀있어 출장을 간 것일뿐 이를 외환은행 매매 계약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공판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회장이 조용히 갔다오자해서 (미국을) 갔던 것"이라며 "워낙 민감한 시기라 지금 가는 게 맞는냐를 두고 내부적으로도 말이 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사전에 잡힌 일정상 출장을 간 것이고, 행장이 누구를 만날지는 우리도 아는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김 회장이 귀국한 지난 12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모두 보류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나금융은 오늘 이사회를 열고 외환은행 인수 계약 연장 등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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