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원전이 아직도 씽씽"..운영능력 세계 최고

안승찬 기자I 2010.11.19 12:20:00

[에너지 G7, 세계로 오지로]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이용률 `추종불허`→수출 경쟁력으로 직결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원전 하나는 10만개의 기기, 200만개 부품으로 이뤄져 있어요. 사소한 고장 하나에도 가동이 멈출 수 있죠. 밤에 자다가 발전소가 갑자기 정지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실제로 계기판에 비상등이 켜지면 마음 놓고 화장실도 못 가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1호기의 원전조정팀. 그중 발전4팀을 맡고 있는 장문기 팀장은 "솔직히 스트레스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1978년 4월 국내 최초로 가동돼 설계수명 30년이 훌쩍 넘은 고리1호기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계속 운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정지 없이 순조로운 가동상태를 보이고 있기 있다. 이런 성과를 높이 평가해 장 팀장이 이끄는 발전4팀은 2008년 최고의 원전조정팀에 뽑혔다.
 
▲ 2008년 최우수 원전조정팀에 뽑힌 고리1호기 발전 4팀. 사진 앞쪽 가장 오른쪽이 팀의 리더인 장문기 팀장이다.

"고리1호가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른 나라 원전은 대부분은 폐쇄 됐어요. 외국인들이 고리1호기를 방문하면 아직도 정지 없이 양호한 출력을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고리1호기도 처음에는 1년에 19번씩 원전 가동이 중지되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교육과 노하우가 쌓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실현했다.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곳이 바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다. 한수원은 2008년 하반기부터 원전 조종사 운전역량 향상시스템을 운영하며, 원전 이용률을 높이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수원의 뛰어난 원전 가동능력은 사상 첫 원전 수출의 결정적인 힘이 됐다. 지난해 말 사상 첫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에 성공했을 당시, 모하메드 알 함마디 UAE원자력공사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컨소시엄은 무엇보다 안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국가별 원전 이용률(출처:Nucleonics Week)
당시 UAE 원전을 두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던 프랑스는 세계 2위의 원전 강국이다. 프랑스의 가동 원전 기수는 58개로, 20개를 가동하는 우리나라보다 두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단 한 번의 원전 수출 경험도 없었고, 원전 기술도 100% 국산화를 이루지 못했다. 몇몇 핵심 기술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바로 원전 운영능력이었다. 원전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원전 이용률은 우리나라가 93.3%(2008년 기준)으로 프랑스보다 무려 17.4%포인트 높다. 6기 이상 원전을 이용하는 주요 원전국 중에서는 단연 1위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그동안 원전 운영능력 향상을 위해 기기신뢰도 프로그램, 운전경험 피드백 등 세계 각국의 우수기슬을 벤치마킹해 세계 최고의 운영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원전 안전성을 확보한 것은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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