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Jump 2020)현대차①`부르몽의 악몽`이 현대차 일으켰다

김보리 기자I 2010.03.30 10:19:02

2002년 생산량 276만대에서 지난해 464만대..세계 5위 수준
해외 시장 질주 배경 `품질`..정 회장 또 다른 명함 `품질본부장`
현대차, 일본 등 해외업체에 비해 품질 테스트 한단계 더 거쳐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동안 선두업체들을 쫓아가는데 주력해왔던 현대차는 이제 당당히 글로벌 메이커들을 위협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현대차에게 올해는 위기이자 기회의 해다.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포드 GM 등 미국업체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 선두기업 진입 조건은 품질에 달려있다. 과거 미국 시장에서 엑셀로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현대차에게 있어 품질은 곧 생명이다. 도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던 것도 품질에 기반한 브랜드 제고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3회에 걸쳐 현대차의 글로벌 선두기업 도약 전략을 돌이켜보고 향후 현대차의 전망에 대해 점검해본다.(편집자주)
 
`부르몽의 악몽`. 현대차(005380)가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캐나다 부르몽에 설립했던 현지생산공장이 완벽한 실패로 끝난 데서 유래한 말이다. 현대차에게는 마치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남아있다.
 
현대차(005380)의 쏘나타 1세대 모델인 Y2는 해외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현대차는 89년 북미사장 공략을 위해 캐나다 부르몽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지공장을 설립하고 2400cc급 쏘나타를 생산했다.

그러나 북미지역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부르몽 공장은 93년 가동을 중단하고, 96년 5000억원의 손실 처리를 한 채 완전히 정리됐다. 이른바 `부르몽의 악몽`이다.
 
하지만 부르몽에서의 실패는 지금의 현대차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품질의 중요성을 실감한 현대차는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인` 품질 제고노력을 통해 성장해 왔다.

◇`부르몽 악몽`은 `옛말`..초기 고객 만족도 `폭스바겐` 앞서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 위반 딱지를 뗄 정도다`

지난 1월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지 `포춘`지는 2010년 신년호에 10페이지를 할애해 현대차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에쿠스의 표지 사진과 함께 `자동차 업계의 최고 강자`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품질 중심의 경영 철학을 분석한 것.

부르몽의 악몽은 이제 그야말로 추억해야 할 `옛말`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소비자 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J.D.POWER)사가 최근 발표한 고객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도요타와 혼다 등 유력 일본 브랜드 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까지 제쳤다.

현대·기아차는 이제 `글로벌 빅4`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02년 276만대였던 현대·기아차의 생산·판매 대수는 지난 해 464만대로 늘어났다. 이는 세계 완성차 기업 중 5위권에 이르는 기록이다.

▲ 현대기아차 판매 대수 추이(단위:천대)

자동차의 본거지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은 더욱 눈여겨 볼 부분이다. 현대·기아차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앞세워 2008년 5.1%였던 미국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7.1%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가 43만5000대를 팔아 4.2%, 기아차가 30만대를 판매해 2.9%를 차지했다. 깐깐한 유럽 시장에서 조차 2008년 3.5%에서 지난 해 4.1%로 증가시켰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질주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 해 기준 중국·인도 시장의 점유율은 각각 8%와 20%. 그 성장세는 전년 대비 85.9%와 18.4%로 가히 놀라울 정도다.

◇"수출일정 늦춰라"..미세한 엔진소음에 정몽구 회장 `불호령` 

"모기 소리(whine noise)를 잡아라"

2003년 8월 남양 연구소. 정몽구 회장이 수출을 앞둔 오피러스를 직접 몰고 주행시험장을 몇 바퀴 돌았다. 정 회장은 이 때 모기 소리 정도의 미세한 소음을 확인하고 기술진에게 원인규명과 개선을 지시했다.
 
"수출 일정을 늦추더라도 소음을 없애라" 정 회장의 주문은 단호했다. 전문가들 조차 찾아내기 힘든 모기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40여일이 더 걸려 저소음 엔진으로 교체해야 했던 것. 정 회장은 수출을 늦추더라도 저소음 엔진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생산과 품질 향상에는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지난 2002년 현장 점검 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의 말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정 회장의 또 다른 명함은 `품질본부장`이다. 2001년 초부터 양재동 본사 25층 회장 집무실에서 협력업체들의 품질을 직접 챙기는 정 회장의 모습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현대·기아차의 질주 배경은 다름 아닌 품질력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0년 자동차 전문 기업으로 출범과 동시에 `품질 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그 핵심에는 정 회장이 있다.

현대·기아차는 생산·영업·AS 등 부문 별로 나눠져 있던 품질 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켰다. 정 회장은 또 매달 품질·연구개발·생산담당 임원을 모아놓고 품질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품질력에 자신감이 붙자 이를 참신한 마케팅으로 연결시켰다. 현대차는 1999년 미국 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 보증제도`를 시행했다. 당시 현지 업체들로 `미친 짓`이란 비아냥 거림까지 받았지만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 보증제도는 `현대차가 품질을 자신한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대기아차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추이(단위:%)[자료:오토모티브 뉴스]

미국 시장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판매량이 4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08년까지 매년 4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실시한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이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자신감의 방증인 셈이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선정한 지난 해 최고의 광고로 뽑히기도 했다.

현대차의 품질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04년 제이디파워(J.D.파워)사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제치며 일반 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는 이를 두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가 평했을 정도다.

지난해 6월에는 제이디파워사의 신차품질조사에서 전년보다 19점 향상된 95점을 획득해 일반 브랜드 부문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1위의 쾌거를 이뤘다.

◇ 전문가들이 보는 현대·기아차의 성공 비결

올해도 `품질력`을 앞세운 현대차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연장 시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 1월 투싼ix에 이어 2월에 YF쏘나타를 투입,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한다. 
 
▲ 현대기아차 올해 미국 시장 출시 계획(HMC증권)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로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지난해 대대적인 딜러망의 정비, YF쏘나타 판촉을 위한 리스 프로그램 도입과 광고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하나같이 `품질력`이란 공통 분모를 가진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은 "일본 자동차 업체가 품질을 현장과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면, 현대차는 연구소와 자동화률 제고로 일관된 품질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구 단계에서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양산 단계로 들어가는 것 또한 품질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기아차의 깐깐한 사후 검사도 품질의 한 비결로 꼽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현대차는 공장에서 제품이 나가기 전 주요 부분을 중심으로 품질 검사를 한번 더 거친다"며 "이것이 일본 등 여타 세계 업체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는 공정마다 투입하는 인력수가 많을 뿐 아니라 사후 검사를 한번 더 거쳐 품질면에서는 오히려 `고비용`구조라 할 만큼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업체에 대한 지원도 품질력 강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항구 팀장은 "부품 품질과 완성차 품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2000년초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세워 협력업체의 부품 경쟁력을 키운 것도 지금의 품질력을 이끌어낸 요인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 관련기사 ◀
☞(4월증시)`중순께 꺾인다`..변동성 대응 필요
☞`은반위에 쏘나타`..현대차, 첫 가상광고
☞(르포)베일벗은 에쿠스 라인···`7월에 미국 간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