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자산시장도 들썩이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아직 지갑을 열 준비가 안됐다.
13일 CNN머니는 이날 발표된 7월 소매매출과 월마트의 동일점포 매출동향은 얼어붙은 미국 소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두달간 증가세를 기록하던 소매매출은 7월들어 전월비 0.1%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0.8% 증가했던 전월은 물론이고 시장 전망치도 크게 밑돈 수준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7월 소매매출이 0.8%의 증가세를 기록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신차보조금 지원책, 즉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에 힘입어 소매매출 오름세가 더 확대됐을 것이라는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동차 관련 소매매출도 2.4% 늘어나는데 그쳐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고 보면 소매매출 감소세는 0.6%에 달한다.
특히 신차교체에 목돈이 들어간 소비자들이 다른 소비를 줄여 소매점 매출에 타격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타온더마켓츠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인 T.J 마타는 "신차보조금 정책이 한 것이라고는 다른 소매점의 매출을 훔친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차를 교체하려고 소비자들이 헐 값에 자산을 처분한데 따른 손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상에 크게 못미친 소매매출에 전문가들도 술렁이고 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슨 이코노미스트는 "두렵다(This is awful). 현실은 그린슈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및 연료·농수산식품을 제외한 핵심 소매매출은 0.4% 감소해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면서 "소비자들의 현금은 말랐고 은행 문턱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지출이 GDP 민간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수석연구위원인 스코트 호이트도 "지난해 보다 임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자들로선 다른 돈 나올 구멍도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매동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월마트 매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분기 월마트의 주당순익은 88센트로 전문가 예상치 86센트를 웃돌았지만 총 매출은 1.4% 감소한 1000억달러에 그쳤고 소비동향의 잣대로 활용되는 동일점포 매출 역시 1.2% 줄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매출이 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빚에 허덕이다 주택을 압류당하는 미국 가구는 사상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7월 주택차압 신청건수는 전년동월비 32% 늘어난 36만149건을 기록했다. 355가구중 1가구 꼴로 차압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공돈이라도 생기면 빚부터 갚기 바쁜게 현재 미국 가계의 실정이다. 단기간 내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