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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KTF 합병)④`시내망 분리가 전제조건인가`

양효석 기자I 2009.01.20 11:10:00

경쟁사 "KT 지배력 커진다"..해외사례 들어 시내망분리 주장
KT "해외사례, 한국적 상황과 달라"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중심의 SK 통신계열사와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LG 통신계열사들은 KT-KTF 합병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TV(SO) 진영까지 합세해 이번 합병 싸움은 `KT 대 반(反) KT 진영`으로 전선이 구축됐다. KT 경쟁사들은 작년 합병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국회 등을 상대로 합병 반대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SK텔레콤은 "유선시장의 91%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KT가 무선 2위 사업자인 KTF와 합병할 경우, 유선의 영향력이 무선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공정경쟁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경쟁사 "KT 시내망 분리해야"

경쟁사들은 방통위가 부득이 KT(030200)-KTF(032390) 합병을 인가한다고 하더라도, 합병 전제조건으로 KT의 시내망 분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LG텔레콤의 경우, KT 시내망을 이용하면서 일정부분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KTF를 흡수 합병하면 요금체계 차별화를 통해 경쟁사에 불리해 진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결합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KT의 시내망으로 제공되는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의 동등 접근성이 공정경쟁 환경조성에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번호이동으로 나온 인터넷전화가 KT 시내전화를 대체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초고속인터넷도 KT는 100M급 상품을 확대하는 반면 후발사업자는 투자여력 부족으로 상품성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과 달리 KT는 민영화 과정에서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시내망 동등접근성 확보를 위해 설비제공, 가입자선로 공동활용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간통신역무간 상호보조를 차단하기 위해 회계분리를 시행하고 있으나, 회계분리는 모든 기간통신사업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시내망 규제를 위해 특별히 강화된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쟁사들은 KT 시내망의 `부분적인 대체망`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업자간 네트워크 역량에 격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 SO가 KT 시내망에 버금가는 케이블TV 망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103개 SO를 합친 수준으로 KT 단독 보유와는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KT 유선전화사업은 매출 5조원대의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 이를 사양산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또 시내망 조직분리가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텔레콤 이탈리아의 유·무선사업 합병을 허용하면서 시내망 조직분리를 추진했고, 영국도 브리티시 텔레콤(BT) 시내망 조직분리를 실시했다는 것. 시내망 조직분리 사례는 뉴질랜드와 스웨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英 BT 고문 역임한 이석채 사장, 어떻게 대응할까

반면 KT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이 시행되면서 유선전화는 이미 사양사업으로 접어들었다는 논리다.

KT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으로 향후 5년내 유선전화시장의 50%가 인터넷전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쟁사들이 유선전화사업을 캐시카우로 분석했지만, 이미 사양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시내망 분리는 의미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선전화사업의 경우 매년 5조원 매출중 1조원 정도를 재투자해야 하는 구조여서, 조직분리시 투자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작년 무선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인터넷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해 막강한 시장 파워를 확보했다"면서 "투자활성화와 시장경쟁 균등 차원에서 KT그룹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KT는 경쟁사들이 비교한 해외 사업자들의 시내망 조직분리는 국내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BT의 유선사업을 분리시킨 것은 망이 없는 사업자들이 BT 망을 보다 쉽게 활용해, 광대역인터넷 보급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KT·SK브로드밴드·LG파워콤 등 다수의 인터넷사업자가 경쟁하고 있어, 유선망 분리를 통한 인터넷보급 활성화가 필요없다는게 KT측의 설명이다.

또 영국 BT에서 분리된 '오픈리치(Openreach)'는 독립법인이 아니라 독립적 경영진과 예산편성·실적 공시만 하고 있는, 즉 BT 내의 기능분리 조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KT의 지배력 전이가 우려된다면 조직분사 보다는 엄격한 회계분리 등 제도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

KT 관계자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와 다양한 결합상품 등장 등 방송통신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KT-KTF 합병문제는 현재의 시장지배력 보다는 향후 경쟁구도를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석채 사장이 영국 BT 고문으로 있었던 만큼, 해외사례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합병논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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