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전 위험자산 기피심리를 자극했던 미국 채권금리와 국제유가는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상승세가 다소 꺾인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정부가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 등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 위기를 일단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내일(4일)부터 열리는 국내 증시가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장 초반 연휴 기간 발생한 대외 이벤트를 일시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킹달러’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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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9월25~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보다 43.06포인트(1.72%) 내린 2465.0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16.33포인트(1.90%) 하락한 841.02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4개월 만에 2500선을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29억원, 481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은 6409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받았다. 코스닥 지수도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800선 중반이 깨졌다. 외국인은 나홀로 216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606억원, 178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긴 석 연휴를 앞두고 3거래일만 장이 열리며 한산한 거래 속에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국내 증시가 긴 연휴 기간 벌어진 대외 이벤트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지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의 내년도 예산처리 시한 종료일인 30일을 몇 시간 앞두고 45일간의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며 셧다운 우려는 일시적으로 해소됐다. 다만 미국 채권금리와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외 증시가 과거보다 거시경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이른바 ‘명절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 달러화 가치가 치솟는 ‘킹달러’ 현상이 강해지며 증시 변동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7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9월 당시 115에 육박했던 정도의 달러화 강세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07%까지 오르며 16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장기화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비우호적인 FICC 하방 압력…삼성전자 잠정실적도 주목
최근 숨 고르기에 들어간 국제유가도 투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8.82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97달러(-2.17%) 하락했다. WTI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종가 기준)로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으나 다음 날부터 3거래일 연속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비우호적인 FICC(채권·외환·상품) 흐름은 주식 시장에 거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최근의 장기 금리 급등 추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는 오는 6일 발표되는 9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다. 현재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는 신규 고용 16만3000건, 실업률 3.7%로 추정한다. 8월과 비교하면 신규 고용(18만7000건)은 줄고, 실업률(3.8%)은 되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의 경우 혼재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며 “자동차 3사 노조 파업 이슈가 9월과 10월 고용지표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지도 이번 고용지표에서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6일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도 투심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로 손꼽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2912억원이다. 한 달 전(2조9666억원)에 견줘 22.8% 감소한 수준이다.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오는 4분기부터 업황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은 4분기(6~8월) 매출이 40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마이크론은 실적 부진에도 메모리 업황이 최저점을 지났다는 낙관적 시각은 유지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장 초반 연휴기간 대외 이벤트를 일시에 반영하면서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를 소화해가면서 다음주 예정된 고용, 삼성전자 잠정실적 등 펀더멘털에 주목하면서 주가 복원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