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수석엔지니어, 비밀리에 SW 변경해 고객자금 빼돌려”

장영은 기자I 2022.12.14 09:54:46

로이터 "알라메다, FTX서 자금 계속 빌릴 수 있게 SW 변경"
SEC "사실상 무제한 신용한도…고객 돈 알라메다로"
FTX 현 CEO "회사 내 어떤 서류도 믿을 수 없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파산 위기에 처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자체 소프트웨어(SW)를 변경해 고객 자금을 관계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알라메다)로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로이터)


로이터는 이날 FTX의 수석 엔지니어가 2020년대 중반 비밀리에 회사의 SW를 변경해 알라메다가 FTX로부터 자금을 무한정 빌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전했다. FTX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니샤드 싱이 이같은 지시를 내린 메모도 확인됐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FTX는 특정 회사가 너무 많은 돈을 잃을 경우 자동으로 해당 회사의 자산을 처분하도록 설정이 돼 있는데, 당시 수석 엔지니어는 이 프로그램 코드를 변경해 알라메다가 이같은 초기 설정에서 제외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알라메다는 회사 재정 상태 등과 상관 없이 FTX로부터 계속해서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는 알라메다가 사실상 무제한의 신용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 2년간 FTX가 알라메다에 비밀리에 빌려준 수십억달러는 자체 적립금이 아니라 고객들의 돈이었다고 밝혔다.

FTX의 창업자이자 파산 보호 신청 전까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던 샘 뱅크먼-프리드와 경영진들이 의도적으로 고객 자금을 빼돌렸다는 이야기다.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 알라메다로 흘러들어간 돈은 미공개 벤처 투자와 호화 부동산 구매, 거액의 정치 헌금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이날 뱅크먼-프리드를 형법상 사기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의 8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1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검찰측은 부연했다.

FTX의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존 J. 레이 CEO는 같은날 열린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FTX가 “FTX는 어떤 기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FTX에서 (나온) 단 한 장의 종이(서류)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80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달하는 고객 돈을 잃었다”고 말했다.

레이 CEO는 또 회계 소프트웨어를 언급하며 FTX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의 규모에 걸맞지 않은 퀵북(QuickBooks)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퀵북은 보통 중소기업에서 사용하는 회계 SW다. 또 그는 직원들이 채팅방인 슬랙에서 청구서와 비용을 교환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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