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life] 행정심판 전치주의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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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I 2018.11.10 09:00:00

면허정지 처분때 행정심판 먼저 거치면 집행정지 결정 어려워
권리구제 목적인 경우 전치절차 소송요건 판단 지양해야

[김형준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 주세법상의 주류면허 취소 처분은 필요적 전치주의가 적용될까. 실무상 이러한 문제를 부딪치면 혼돈이 온다.

일반적인 영업정지·취소 또는 면허 정지·취소 처분의 경우에는 바로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및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면 된다. 주세법에 의한 주류면허를 받은 사람이 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받으면 조세불복 절차를 거쳐야 할까 아니면 조세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행정소송 절차를 거치는 것일까.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어 소개하기 전에 관련 개념을 설명한다.

행정심판전치주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앞서 피해자가 행정청에 대해 먼저 행정심판 제기를 통해 처분의 시정을 구하고 그 시정에 불복하려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경우 행정심판을 먼저 제기하지 않고 소송부터 들어가면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은 소 각하 판결을 한다. 현행 행정소송법(제18조 1항)은 임의적 행정심판전치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적 행정심판전치주의를 예외로 규정한다.

집행정지는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처분이나 집행, 절차의 속행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처분 등을 잠정 정지하도록 결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사건(2015헌바229 결정)에서 “주세법에 따른 의제주류판매업 면허취소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 관해 주류의 특성, 주류의 제조 및 유통과정에 대한 지식과 주세법의 관련 내용, 주류의 제조·유통과정에서 부과되는 각종 조세에 관한 관련법령 내용 등을 감안해야 하는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고 대량·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주류판매업면허 및 그 취소처분에 관한 행정의 통일성을 기해야 하므로 행정소송 전에 먼저 행정심판을 거치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참조 조문을 보자. 국세기본법 제55조(불복) ①이 법 또는 세법에 따른 처분으로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받거나 필요한 처분을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한 자는 이 장의 규정에 따라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거나 필요한 처분을 청구할 수 있다. 같은법 제56조 ② 제55조에 규정된 위법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소송법 제18조 제1항 본문, 제2항 및 제3항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 따른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에 대한 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본 바와 같이 주류면허 관련 처분은 ‘주세법’에 근거한 처분이기 때문에 ‘세법’에 따른 처분에 해당하고 따라서 필요적 전치주의가 그대로 적용된다. 조세불복 절차를 거치는 도중 특히 ‘면허정지 처분’ 경우 집행정지 결정이 매우 중요한데 행정심판을 먼저 거치는 경우 생각보다 집행정지 결정이 나지 않아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는 영업정지 또는 영업취소 처분에 불과한데도 행정심판 전치주의가 적용돼 절차적으로 복잡하기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더 인용한다. 헌재는 “국세기본법은 행정심판청구에 관한 심의·결정을 하는 준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의 지위와 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들과 대심적 심리구조 등 심판청구인의 절차적 권리보장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심판절차는 권리구제절차로서의 실효성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행정심판 전치요건은 행정소송 제기 이전에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갖추면 되므로 전치요건을 구비하면서도 행정소송의 신속한 진행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 권리 구제를 위한 것이라면 전치절차를 소송요건으로 판단하는 것을 이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위 헌재 결정 취지와 같이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행정심판 전치요건을 갖추기만 해도 된다면, 과연 행정심판 전치주의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또는 해당 행정심판 전치주의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이다.

특히 1998년 이전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필요적으로 행정심판을 거친 다음에야 소 제기가 가능했다. 1998년 행정소송법 개정 이후 임의적 전치주의가 원칙이 됐는데(행정소송법 제18조 제3항) 이는 국민이 사법절차에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한 법개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법률에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규정한 내용들이 산재해 있다. 이를 소송요건으로 규정해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소를 제기하였다면 소 각하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국민을 위한 필요적 전치인지 아니면 행정청이나 법원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김형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5기 △성동구 고문변호사 △법제처 국민법제관 △행정자치부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행정법 전문 변호사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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