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내 최대 100여명 장군 감축 추진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 되면 군인들의 초조함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 정부의 국방개혁 2.0에 따라 장군의 수를 현재 436명 수준에서 최대 100여 자리까지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4년 내 80여 명 감축’ 방안에서 감축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입니다. 이중 육군 감축분은 90여명을 넘습니다. 현재 313명인 육군 장군은 4년 내 30% 가량 줄어들게 되는 셈입니다. 국방부는 다음 달 중 국방개혁 2.0의 청와대 보고를 통해 장군 감축 규모를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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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은 부대와 병력 구조 개편을 수반하고 있어 일정 규모의 장군 정원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이에 따라 군 내부적으로도 장군 정원 감축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육군의 경우에도 장군 감축이라는 큰 틀에 대해 공감하면서 자체적으로 나름의 감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0월 제1야전군사령부와 제3야전군사령부를 통합한 ‘지상작전사령부’가 창설됨에 따라 두자릿수 가량의 장군 정원이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통·폐합 되고 있는 사단이나 여단 숫자와 비례해 육군 장군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방통행식’ 장군 숫자 줄이기
하지만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장군 감축 방향은 미리 감축 규모를 정해 놓고 추진하는 ‘일방통행식’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장군 정원의 감축 여부를 결정하면서, 각 직위 판단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 없이 ‘육군에서 반드시 몇명 이상 없애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재의 장군 정원 감축 이면에는 장군을 ‘적폐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장군 정원 감축이 곧 국방개혁’이라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는듯 합니다.
장군 정원 감축 이후에는 대령 정원 감축 방안도 논의한다는 얘기가 군 내 파다합니다. 장군이 줄어드니 그만큼 대령급 자리도 필요없어지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피라미드 모양의 군 계급구조가 중령 이상 계급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기형적 모양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령 진급을 포기한 중령을 의미하는 ‘대포중’과 장군 포기 대령을 의미하는 ‘장포대’ 군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우(杞憂)일 수 있겠지만, 진급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정년이 보장되는 군인 신분으로 인해 ‘월급만 받고 일 안하는 군’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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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의 성공사례로 자주 거론하는 1986년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 개혁법안’은 합참 개혁안을 다룬 것입니다. 당시 군의 압력을 물리치고 개혁입법을 추진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정확하고 분명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각 군 이기주의가 만연한 합참의 구조를 바꿔 합동성을 강화하자는 분명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장군 정원 조정은 장군 수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만 있지, 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의 공유가 전혀 없습니다. 현재 장군 제도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지금 논의되고 있는 장군 감축안에 대해 일각에선 ‘사이다’와 같은 속시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목표를 정하고 따라오라는 식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공론화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장군 정원 감축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반발과 갈등만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표범처럼 날쌘 강군’을 만든다는 국방개혁의 목표는 불필요한 피하지방을 없애고 조직의 근간을 구성하는 골격과 근육을 제대로 채우는 것입니다. 현재의 장군 정원 감축 논의가 우리 군의 전투력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