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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벼랑 끝에 몰린 금감원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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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관 기자I 2017.09.26 08:33:46
[이데일리 문승관 차장] 지난 주말 2013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워Z’를 ‘지각’ 시청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아포칼립스 필름’(apocalyptic fims·인류 종말 영화)인 동시에 ‘히어로’ 물이다. 영화의 한 내용이 눈을 확 잡아당겼다. 전 세계가 좀비 떼의 습격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유일하게 좀비 떼의 습격으로 벗어난 지역. 이스라엘이었다. 높은 방벽을 쌓아 좀비 떼의 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브래드 피트는 이스라엘이 어찌 알고 습격을 막아내고 있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스라엘 국방부의 ‘10번째 남자’ 제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지난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을 예측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국방부는 10명 중 9명이 동의해도 1명은 반드시 반대해야 하는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경험이 많으면서도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 중 선발한다.

지난 25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의 첫 개혁으로 ’권익보호관‘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를 제재할 때 금융회사 편에 서서 금융회사를 변호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판 ’데블스 애드버킷‘ 도입이다. 최 원장은 ‘당국자미(當局者迷)’라는 격언을 내세우며 제도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당국자미는 그 일을 맡은 사람이 실제 사정에 오히려 어둡다는 뜻이다.

최 원장은 “금감원만의 관점으로 혁신을 추진하면 수요자인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온전한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당국자미라는 격언처럼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혁신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회사는 그동안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금감원의 검사결과와 관행이 바뀔지 주목하고 있다. ‘돈(감독분담금) 내고 처벌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동안의 고압적인 금감원 관행을 꼬집는 것일 게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검사해서 제재하는 과정에서 위규 행위를 적발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검사를 받은 금융회사나 임직원의 특수한 사정 등을 경청하는 데 인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회사와 임직원이 검사 결과 지적 사항에 대해 권익 보호를 신청하는 경우 이를 대변하기 위한 권익보호관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익보호관 설치와 더불어 최 원장의 쇄신 발언은 벼랑 끝에 몰린 현 금감원의 위상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 20일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조직 전체를 강타했다. 그간 금감원은 금융시장 질서 확립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금융회사에 칼을 휘둘러 왔지만 감사원의 더 큰 칼 앞에선 내부 적폐가 심각한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22일에는 올들어 두번째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조직 전체가 멘붕”이라고 말했다. 다시 불거진 채용 비리 의혹은 ‘아물지 않은 상처에 뿌려진 소금’이었다.

금감원은 민간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TF’를 가동해 내달 말까지 쇄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연 이번 쇄신안이 금감원을 거듭나는 데 도움을 줄 것인가. 예산·조직권 등을 얼마나 내려놓는가가 내부개혁의 진정성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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