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음식주문 중개서비스 원조...'배달의 민족'도 우리 고객"

채상우 기자I 2015.01.14 09:20:49

전화·인터넷·모바일 주문 '점보판매시스템' 전송 플랫폼 국내 첫 개발해 시장 94% 차지
창업 2년만에 폐업위기 겪었지만 성과급제 도입해 흑자전환 성공
주문 교환기도 자체 개발 인도 콜센터社에 수출 협상중 5년 안에 총매출 1000억원 목표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냉장고에 잔뜩 붙여 있는 음식점 전단지, 두꺼운 전화번호부책을 뒤적여 가며 음식을 시켜먹곤 했던 풍경은 이제 지나간 시대의 추억이 됐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프랜차이즈점 대표 전화를 통해 편하게 음식을 시켜 먹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처럼 새로운 음식 주문 문화를 창출해낸 주인공이 바로 배달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전문업체인 씨엔티테크다. 2003년 설립한 씨엔티테크는 대표번호 콜센터와 인터넷주문, 모바일 주문을 매장 점포판매시스템(POS)에 전송하는 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창립 10년만에 음식배달중개 시장 94%를 차지하며, 성공 벤처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배달의민족과 미스터피자 등 총 70개 브랜드, 3만4000개 매장을 중심으로 연간 7200억원 가량의 거래량을 관리한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음식점 대표전화, 배달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씨엔티테크의 콜센터와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매출액은 지난해 125억, 올해 150억원으로 8년 연속 연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전화성(39·사진) 씨엔티 테크 대표의 배달음식 주문중개 사업은 한 편의 피자광고에서 시작한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인 시절, 28살 전화성 대표는 다른 20대 남성과 다름없이 소파에 누워 TV 채널을 돌려가다 허기를 느꼈다. 때마침 나온 피자 광고, 하지만 어디에도 주문 전화번호는 적혀 있지 않았다. ‘수 많은 피자 매장 번호를 하나로 통합한다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배달음식 주문중개 사업은 그렇게 우연처럼 시작됐다.

국내 배달음식 주문중개 업계의 큰 손 전화성 대표를 지난 5일 서울시 가좌동에 있는 씨엔티테크 본사에서 만났다.

- TV광고를 보다가 우연처럼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다. 시작이 두렵지는 않았나.

△씨엔티테크가 첫 사업은 아니었다. 어릴적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대학을 다니던 25살에 교내벤처로 음성인식시스템 개발 회사 ‘에스엘투’를 창업한 바 있다. 2000만원으로 시작해 2년만에 매출액 4억을 올렸다. 그 때 그 경험이 씨엔티테크를 만드는 큰 밑거름이 됐다. 물론 두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컸다.

우선 음식배달 주문중개 시장은 당시까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분야였다. 미국에서도 콜센터를 가진 프랜차이즈점이 있긴 했지만 매장 내 POS기계로 바로 자동 송신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단순히 매장에 전화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처음 시도하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선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 씨엔티테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설명한다면.

△가장 큰 강점이라면 배달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에서 전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는 것이다. 기술경쟁력과 원가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 94%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의 몇 개 기업이 일부 지역브랜드를 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요소기술이 필요한 플랫폼사업을 100% 구성한 것은 아니어서 위협적이지는 않다.

과거 KT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제대로 발도 못 들이고 돌아서고 말았다.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됐다. 또 거래처를 생각한 낮은 수수료율도 강점이었다. KT가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도 수수료 문제였다. 주문한 음식값의 3.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저 수준이다. 과거에는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5% 수준으로 받았으나, 거래업체가 많아지면서 수수료를 낮추고 보다 관계를 돈독히 하며 입지를 굳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그런 결정을 하게 됐다.

-사업을 하시면서 힘들었던 점은.

△사실 처음에는 콜센터를 통해 400개 매장에서 받을 전화를 150명 인력으로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콜센터만 운영하면 고객도 편리하고, 매장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기대한 것이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한 상담원이 1시간 동안 받는 전화는 고작 8통에 불과했다. 단순히 주문전화만 들어올 것이라 생각한 것이 패인이었다. 실제로는 항의전화와 장난 전화가 수없이 들어왔다. 상담사들은 혼란에 빠지기 일쑤였고, 결국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2년 빚만 9억이 쌓였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여시스템을 바꿨다. 당시 주문 접수 건 수와 상관없이 시급 4000원을 주던 급여 시스템을 전화 한 통당 300원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로 전환했다. 한 시간에 15통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직접 전화기를 붙잡았다. 첫날 제가 받은 전화는 한 시간에 29건이었고, 모두에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후 조금씩 회사가 바뀌기 시작했고, 2007년에 처음으로 2000만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매년 15%의 매출 신장을 기록해 올해에만 150억 매출을 올렸다.

- 올해 경영계획은.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IP-PBX’라는 교환기를 개발했다. 콜센터에 몰리는 수 많은 주문 전화를 각 개별 전화기로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기계다. 현재는 전량 미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 대에 2억5000만원이라는 가격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제품은 8000만원으로 3분의 1가격에 미국 제품과 동일한 동시접속 300건을 감당할 수 있게 설계됐다. 가격 경쟁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IP-PBX를 가지고 콜센터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인도로 갈 것이다. 이달 말 쯤 인도 콜센터 업체 ILT와 총판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향후 5년 동안 100억원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전체 2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후에는 1000억원 매출을 각오하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지금도 그렇고 꿈을 이룰 때까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진화성(39) 씨엔티테크 대표가 서울 가좌동에 위치한 씨엔티테크 본사에서 회사 로고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 대표는 29살 청년 시절 TV광고를 통해 음식을 주문해 먹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껴 배달음식 주문중개 사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씨엔티테크 경영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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