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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김인구 기자I 2013.08.30 10:59:50

'타이포잔치 2013'
의사소통 도구서 디자인 작품된 활자
영상·설치·포스터 등 각국 58명 작가 전시
10월1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서

전시에 참여한 중국 디자이너 판친의 서체작업(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컴퓨터파일의 고딕·명조체, 한자의 해·행·초서체, 다양한 디자인과 그래픽이 가미된 캘리그래피 등. 글자는 단순히 의미전달의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디자인 작품이 되는 예술의 경지로 옮겨가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글이 텍스트라면 예술적 개념이 결합한 글은 슈퍼텍스트이자, 타이포그래피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첫발을 뗀 후 10년 간의 침묵을 딛고 2011년 부활했던 ‘타이포잔치’(서울국제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가 3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 통일로 1번지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에서 세 번째 막을 연다. 타이포그래피란 활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예술활동을 말한다. 시각디자인은 물론 디자인 전반에서 밑바탕을 이루는 개념이다.

전시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한국타이포그래피학회가 주관해오다가 올해부터는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인식한 문화체육관광부도 참여하게 됐다. 인류의 우수한 디자인 유산인 한글의 발상지 한국에서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전시 및 교류 행사를 개최한다는 데 의미를 뒀다. 올해를 기점으로 격년제 비엔날레로서의 면모도 갖춰갈 계획이다.

올해 주제는 ‘슈퍼텍스트’다. 국내는 물론 미국·영국·프랑스·중국·일본 등 세계 각국 58명의 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이 넘치는 신작들을 전시한다. 김기조 작가는 설치 퍼포먼스인 ‘농담의 방식’을 내놓는다. 박제화한 결과물로서의 농담을 거부하고 농담이 만들어지는 순간과 현장을 총체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다. 안삼열 작가는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안삼열체’를 만든 주인공이다. 이번엔 ‘현대적 흘림체’라는 폰트를 들고 나왔다. 부드러운 붓글씨를 바탕으로 하는 한글 궁서체와 예리하고 구조적인 안삼열체를 더해 새로운 필기체 개념을 제안한다.

카를 나브로의 ‘유령 타자기’(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프랑스 출신의 작가 카를 나브로는 ‘유령타자기’라는 조각을 선보인다. 보는 관점에 따라 오브제는 스케치를 위한 물건이 되기도 하고 타자기나 장난감 같은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 자체로는 의미 없는 추상적 물체들을 일정한 격자에 끼워넣음으로써 의미있는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스튜디오 모니커그룹은 ‘디자이너를 위한 중복영사 안내’를 보여준다. 색깔과 모양이 다른 도형이 그려진 인쇄 포스터에 동영상 3채널을 겹쳐 영사해 다양한 형태와 색의 조합을 표현한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미국의 마크 오언스는 이번 전시의 공식 기념품에 타이포를 디자인했다. 가방·배지·연필 등 기념품에 도형과 알파벳·숫자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전시장은 4개의 장, ‘언어예술로서 타이포그래피’ ‘독서의 형태’ ‘커버스토리’ ‘무중력 글쓰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무중력 글쓰기는 도시공간 속에 표출되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젊은 디자이너와 시인 각 7인이 짝을 이뤄 영상시를 만든다. 이는 문화역서울 284 맞은편 서울스퀘어 건물 외벽 미디어 캔버스에 간헐적으로 전시되며 특히 한글날 주간을 맞아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집중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나열식 전시가 아니라 관점과 의제를 통해 논쟁을 자극하는 형태를 지향한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소통과 공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수시로 작가와의 대화를 열고 관객과 함께 작품을 감상·비평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서영길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장은 “작년부터 정부가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하면서 3억여원의 예산도 지원했다”며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해외작가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02-3407-3500.

마크 오언스의 타이포 기념품(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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