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주한 미국상공회소및 주한 EU상공회의소 초청 조찬 간담회를 갖고 공익성이 높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또 "노동시장 유연화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상당부분 이뤄졌다"면서 "유연한 해고가 일어나고, 해고된 노동자가 쉽게 재취업할 수 있는 지원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문제 해소를 위해 "북한과 대화할 것을 미국에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반도 긴장관계가 해소되더라도 주한 미군은 동북아 힘의 균형을 위해 계속 주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노무현 당선자와 외국인 기업 CEO와의 일문일답.
-재벌개혁을 강조해 왔는데, 재벌개혁 추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재벌을 그자체로서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합리적인 시장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한시장이 목적이다. 지금 한국의 재벌체제가 이러한 시장에 장애 요인이니까 개선하자는 것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가 기업의 부정이나 잘못에 대한 시장규제를 통해 견제하고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북핵과 반미시위에 불안감 느끼고 있다. 신정부가 출범할 경우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한반도 긴장완화 이후 미군주둔 문제는 어떻게 되나, 북핵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처음 말씀드렸듯이 한미관계는 오랜 전통을 가진 우방이다. 지금도 상호간에 많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함께하고 한국의 안전을 위해 미국은 대단히 중요하다. 반미에 대해 걱정한다. 일부에서 반미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의 여론을 주도하지 못한다. 압도적인 여론은 좀 더 성숙한 한미관계를 바라는 것이다. 이점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핵문제와 남북문제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이 문제도 대화로 풀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북한이 개혁하고 개방하려는 것은 진심이다. 북한으로서는 그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무력으로 북한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 이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한국과 미국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면 북한 체제안정을 이끌어내고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히려 더 걱정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보도들이다. 이런 보도들이 우리 경제에 아주 많은 영향을 준다. 이런 보도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한국경제, 세계경제를 위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돼 평화가 진전된다 할지라도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여전히 있을 것이다. 주한 미군이 지금까지 한반도의 안전을 보장했다면, 긴장이 해소되면 동북아의 힘의 균형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중국 등이 군비경쟁을 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미군의 균형자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이 위기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경제·안보·핵이슈에 있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한국은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해서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사이 대화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에 대해서도 대화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역할은 그렇다. 하나더 덧붙이면 그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긴밀히 서로 협력하고 주변 국가와도 의논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아시아지역 다국적기업 임원들의 여론조사결과 한국에 대해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큰 문제로 꼽았다 신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한국의 노동운동이 대단히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15년전과는 많이 바뀐 것이 있다. 15년전에는 우리 노동자들이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반감을 가지고 강경한 투쟁을 한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기업이라는 이유로 강경한 투쟁을 하는 일은 없어졌다. 국민들의 인식이 외국기업은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등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강경한 노동투쟁은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근래에 와서 없어졌다. 한국노동자들이 정부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투쟁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많이 싸우지 않는다. 한국의 잘 조직된 대규모 노동조합은 아주 강경하지만 중소기업의 노동자는 대단히 부드럽다. 일부는 너무 약하고 노동법을 잘 몰라서 혼란스러운 일이 있어도 강경하지는 않는다.
노동유동성과 관련, 56%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해고는 아주 자유롭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에 있어 유연한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해고를 쉽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고된 사람이 쉽게 취직할 수 있도록 정책을 써겠다.
저를 투쟁가라고 하는데 저는 논리와 말로서 설명하는 이성적인 조언자였다. 보다더 휼륭한 조정자로서 솜씨를 내보이겠다. 대통령이 솜씨를 내보일 만큼 심각한 투쟁은 없을 것 같다.
-노사정 위원회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진로는 어떨 것 같나.
▲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하는 것 보다 실질적으로 재계의 여러가지 요구와 노동계의 여러 요구를 다 듣고 정부와 재계사이에 적절하게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때로는 합의하고, 노사간에도 경제운용에 대해 적절한 의견을 교환하고, 이렇게 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폭이 넓을 때 노사정간 서로 합의를 이끌어나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아직 문화적 경제적으로 내부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개방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려운 시기를 오래 거치는 동안 민족주의가 강조됐다. 군사정권 과정에서도 저항적인 민족주의가 강했다. 특히 단일 민족 자랑스러워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급격한 우리의 문화와경제가 세계질서로 편입되고 있어 사람들의 생각이 빠르게 변한다. 경제거래에 있어 여러 규칙은 무엇보다 앞서 세계적 기준에 맞추고, 공무원 사고방식도 보편적 기준과 세계기준에 적용할 수 있도록 빠르게 대화를 추진하겠다.
-관광산업은 앞으로 한국이 동북아비즈니스 중심국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직속 민관합동 관광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어떤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의 관광 육성을 위한 계획은 있는가.
▲혼자 결정하지 않고 토론을 거쳐 결정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결정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말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으나 오늘 지적해 주셨으니 이 문제를 정책전문가와 토론해 가겠다. 한국인 첨단산업, 제조업사업의 IT화 등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해 왔다. 실제로 많은 일자리는 관광산업 등 3차산업에서 창출된다고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오늘 이 문제 지적해주셨는데, 지금 전문가들이 듣고 있다. 틀림없이 중요한 정책으로 채택될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 에너지 사업 민영화가 있었다. 이를 지지하는지, 신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가급적이면 모든 기업은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원칙이다. 실패한 것이 아닌가라고 논의되는 부분도 있다. 필연적으로 경쟁이 될 수 없는 산업, 공익성이 높은 산업을 민영화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그런 사례가 이미 있는 경우는 다시 한번 검토할 것이다. 에너지 산업 민영화를 말씀하셨는데 발전과, 전기분배(배전)은 서로 다르다. 전기를 만드는 것(발전분야)은 경쟁을 도입할 수 있지만, 분배하는 것(배전분야)는 민영화가 어렵지 않느냐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두번째로 민영화의 속도에 있어 시장이 주식을 사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팔려고만 하면 헐값이 될 수 있다. 자본과 경영능력이 되지않는 기업에 무리하게 넘겨서 민영화하지 않는 것보다 나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감안해 차근차근 판단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