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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벌은 책임 안 져도 되나...사모펀드와 ‘21세기 재벌’의 그림자[위클리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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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5.10.18 17:20:00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BK파트너스 집중 난타
MBK 김병주 “나는 (재벌) 총수가 아니다”
금융가 “사모펀드가 초기재벌 행태 보여”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김병주 회장, 지금 국정감사에 나온 게 억울합니까?”

국정감사 출석이 불투명했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정무위원회 국감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번주 정무위 국감에서는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등 인수기업에서 사익을 추구하며 경영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판과 ‘사회적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지며, 사모펀드의 공적자금 운용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가에서는 공적자금으로 성장한 MBK가 초기 재벌처럼 ‘소유는 있으나 책임은 없는 자본’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사모펀드의 ‘21세기형 재벌화’를 제도적으로 통제해야 할 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사회적 책임’ 지라 추궁 받은 MBK파트너스

지난 14일 정무위 국감에서 의원들은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 구조조정 논란과 롯데카드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국정감사 증인 발언대에 선 김 회장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책임에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MBK는) 대기업이 아닌 사모펀드 운용사이고 나는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라며 “13명의 파트너가 각자 분야를 맡고 있으며 나는 펀드레이징(자금 모집)과 투자자 관리를 한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 결정의 실질적 영향력이 최고경영자와 파트너단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답변은 책임 회피로 비친 모양새다. 선을 그은 김 회장의 발언이 반복될수록 여야 의원들의 언성은 높아졌다.

국감에 출석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노진환 기자)
◇ “MBK와 사모펀드, 초기재벌의 행태와 닮았다”


MBK파트너스에서 촉발된 논란은 단순한 기업 운영 문제가 아니라, 공적자금을 운용하는 민간 자본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논란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국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주요 기업들을 인수해 보유한 것이 MBK파트너스만이 아니어서다. 다른 사모펀드 역시 투자기업을 망가트리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여서다.

MBK파트너스가 어디까지 책임져야하는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을 위탁받아 수십조 원을 운용하는 만큼, 단순한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수기업의 고용 안정, 채권자 보호, 투자 구조의 투명성 등에서 일정 수준의 공공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기관인 만큼, 경영성과나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펀드는 주로 “우리의 운용 수익이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LP의 수익이 된다”고 항변한다.

금융가에서는 MBK와 사모펀드를 두고 “소유와 책임이 분리된 초기 재벌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고위 관료 출신 금융계 관계자는 “지금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사모펀드의 모습은 결국 이익은 챙기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던 초기재벌의 행태를 닮아있다”며 “이윤만 챙기고 피해와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는 건 제재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960~70년대 한국 재벌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급속히 성장했다. 당시 국가는 수출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정책금융과 세제 감면, 보증 대출을 대기업에 집중시켰다. 기업은 정부로부터 자금을,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성장 실적을 얻는 상호 의존 구조였다. 이 시기 재벌의 성장 방식은 타인의 자본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은 공공이 부담하는 것이었다. 특히 차입경영이 일반화되면서 리스크는 국민 세금으로 흡수됐다.

정부가 성장 우선 논리를 내세우고 밀어준 까닭에 초기재벌들은 소비자와 노동자, 소액주주 등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폐해는 결국 사회가 감당해야 했다. 성장 우선 논리를 타고 성장한 초기재벌은 사회가 부의 편중과 노동 억압, 환경 훼손 등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만들었다,

다만 성장 우선주의가 끝나고, 산업재벌들은 규제 강화를 거치며 사회환원을 거듭하며 제도적 책임 구조를 형성해 왔다.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해 돈을 버는 사모펀드는 초기재벌의 ‘차입경영’과 닮아있다. 국내 자본시장을 육성한다는 명분 하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풀어준 규제를 타고 자랐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금융 기반 재벌’로 불릴 만큼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확보했다.

MBK파트너스와 여러 사모펀드 역시 법적으로는 재벌이 아니나, 사회적 작동 방식만 보면 재벌형 자본에 가깝다는 평가다. 유형과 형식만 다를뿐, 사실상 21세기의 재벌이라 불러도 무방해보인다는 평가다. 공적자금을 위탁받아 수십조원을 운용하며, 인수기업의 고용과 지배구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단순히 한 운용사의 문제에 국한시키는 것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제도적 공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적자금을 받아가 운용하고 덩치를 키우는 사모펀드가 줄줄이 늘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의 감시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한국은 선진국처럼 사모펀드를 제도적으로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며 “제도는 약한데 자본은 커진 시장에서 신뢰가 흔들리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의 특성상 과도한 규제는 경계해야겠지만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한 운용사라면 투자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파급력과 지속가능성까지 평가받아야 하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ESG 공시 강화나 책임투자 측면에서의 공시 의무화 등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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