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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주먹밥이 판매된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일본 내 쌀 품귀 현상이 심화하자 편의점 기업인 로손은 오래된 정부 비축쌀을 주먹밥 재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고미(古米·오래된 쌀)라는 표현 대신, 와인처럼 연도를 강조한 ‘빈티지 생산 연도’라는 표기를 선택해 소비자들이 오래된 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브랜드화했다.
다케마스 사다노부 로손 사장은 지난 6월 빈티지 쌀 주먹밥 출시 기자회견에서 “오래된 쌀, 더 오래된 쌀, 더 더 오래된 쌀 등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지금까지 뚜렷한 명칭도 없었다”면서 “특정 쌀 연도에 빈티지를 붙여 소비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주먹밥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빈티지 주먹밥의 출시로 엿볼 수 있는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는 단순한 농산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넘어 식량안보 문제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 내 쌀 소매 가격은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이에 한국산 쌀의 수출량은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416톤(t)을 기록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여행길에서 쌀을 사갈 정도로 ‘쌀 역수입’ 현상이 나타난 것은 자국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일본 사회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쌀 값 폭등의 본질적 원인은 ‘소비 급증’이 아닌 ‘생산 부족’에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리스크가 국가 식량 체계에 직격탄을 가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도호쿠·호쿠리쿠 등 주요 쌀 생산 지역은 지난달 80년 만의 최저 강수량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일본 전역의 평균 기온도 지난달 3년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지해온 생산 억제 정책을 이례적으로 전환해 증산을 독려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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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위기가 결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쌀 생산 상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기준 곡물 평균 자급률은 19.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100.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곡물 자급률이 27.6%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더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식단의 변화로 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매년 20만t 이상 과잉 생산되는 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밀이나 옥수수 등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특정 품목에 편중된 자급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가 되지 못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발표하며 재배 면적 감축과 수요 기반확대를 내세웠지만,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형 품종 개발과 스마트 농업을 통한 생산 효율화, 식량 수입 다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릴 전략이 시급하다.
일본의 쌀값 폭등은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지금은 한국이 ‘쌀을 일본에 수출하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기후위기와 식량의 무기화로 인해 언제든 식량 수급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식량 안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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