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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한파 속에서도 KT의 주니어 직원들은 훈훈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이 늦어져 임원들이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현모 KT CEO가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복수후보 심사를 요청하면서 인사가 늦어지자 임원들은 긴장한다. 하지만, MZ 세대 직원들은 늘어난 연말·연초 격려금·성과급·상여금에 즐겁다. 지난해 KT 임원인사는 11월 12월 이뤄졌는데, 올해는 KT 차기 CEO 선임이 이달 중 이뤄져도 임원 인사는 내년 1월 이후로 넘어간다.
11월~1월 1300만~1400만 원 손에 쥐는 직원들
18일 KT(030200)에 따르면 MZ 세대 직원들은 11월~1월 사이에 1인당 1300만~1400만 원 정도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11월에 전사 경영성과 격려금이 1인당 500만 원씩 나갔고, 12월에는 지난해 임단협에 따른 성과보상제(PS)에 따라 1인당 524만 원 정도가 지급된다. 1월에는 설 보너스로 300만~400만 원 정도가 지급될 예정이다. 한 직원은 “연말·연초에 1인당 1300만~1400만 원 정도씩 받게 돼 분위기가 좋다. 네이버, 카카오도 좋지만, KT는 고용이 보장되는데다 MZ 세대 처우도 좋아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KT에서 AI/DX 분야를 맡는 A씨가 고심 끝에 네이버로 이직하지 않고 KT에 남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MZ 세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늘어난 것은 KT 노사가 격려금과 함께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만들어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KT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 5387억 원으로, 3분기 만에 지난해 1년간 올린 1조 6718억 원에 육박할 정도다.
신입사원 초임 6000만원으로…시니어들 양보
처우가 좋아진 것은 격려금·성과급뿐 아니다. 기본급 인상률 역시 주니어 직원들을 우대하는 방향이다. 지난달 KT노동조합과 사측이 체결한 단체교섭에 따르면 △신입사원 초임을 2024년까지 6000만 원으로 22%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신입사원과 2년 차에서 10년 차 이하 사원. 대리급 직원들 간 연봉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이 세대 직원들 역시 2024년까지 연봉을 평균 17.2%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2024년이 되면 기본급 기준이지만, KT 신입사원 초임이 삼성전자 신입사원 초임을 앞지르게 된다.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해도, 한정된 재원으로 주니어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건 부담이다. KT노조 관계자는 “시니어 직원들의 양보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MZ세대에 대한 처우 개선 덕분에 올해 단협안은 역대 최고인 86.2%로 가결됐다”고 했다.
젊은 인재들을 먼저 배려하자는 건 노사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40대 중반인 KT의 한 부장은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선배들을 위해선 신규 임금피크제 적용 인원수에 비례한 50% 수준으로 특별 승진 제도를 실시하는 것 정도 외에는 별로 혜택이 없다”면서 “전통적인 통신에서 인공지능이나·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걸로 범위를 넓히려면 MZ 세대 직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KT의 전체 근로자 수는 2만 1759명(2022년 3월 사업보고서 기준)이다. 매년 1000여 명씩 자연감소로 정년퇴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