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방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시스템은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을 중앙정부 입장에서 완전히 모른 척 할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의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방정부가 어느 정도 수준의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러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을 구성하는 각 항목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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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은 자체수입인 지방세 및 세외수입,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으로 크게 나눠진다. 자체수입인 지방세는 지방정부의 고유의 수입이다. 지출에도 특별히 제한이 없지만 과세 요건 등에 대해 지방정부는 탄력세율 등 극히 제한적인 결정권만 가지고 있다.
의존 재원인 지방교부세는 보통교부세의 경우 국세(일부 국세제외)의 19.24%를 징수해 각 지방정부의 재원 부족분에 대해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때문에 독자적인 재원으로 보기 어렵다. 보조금은 중앙정부의 수요에 의한 사무에 대해 지급하지만, 전액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도 일정부분 부담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지방재정과 관련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8대2에서 7대3으로 변경하고 장기적으로 6대4까지 지방재정을 확충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를 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의존재원인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이 존재하는 한 부분적인 논의일 뿐이다. 왜냐하면 지방세 수입은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의 일부이고, 의존재원의 문제점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분권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재정책임을 나눠준다는 개념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재정분권 개념 하에서의 재정확충은 단순히 국고보조금 등 사용 가능한 재원이 증가되는 것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게 아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사무가 이양되는 업무와 매칭돼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책임에 맞는 재원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대학생인 A씨는 매달 부모로부터 50만원의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 A씨는 용돈으로 한 달동안 교통비와 외식비 등에 사용하고 있고, 학원비 20만원은 용돈 외에 따로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달부터 A씨 부모가 용돈을 60만원으로 인상해 주겠다고 한다. A씨는 용돈이 늘어서 생활이 조금 풍족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이제부터는 학원비는 용돈 중에서 사용하라고 했다. 이 경우에 A씨의 재정상태는 개선됐는가.
A씨는 이번 달부터 용돈이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10만원 늘었지만, 여태껏 따로 지원되던 학원비 20만원을 용돈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용돈은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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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이 중앙정부외 지방정부 간에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금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지방정부가 재정 측면에서 확충됐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정부가 명목상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해 줬다고 하더라도 확충된 지원금보다 더 큰 지출을 수반하는 사무를 지방으로 이양했다면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분권에는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정부의 재정분권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지원금을 늘려준다고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늘려준 지원금보다 더 많은 재원이 소요되는 사무를 이양한다면 이는 실질적인 지원금을 줄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지방정부의 재정분권이 합리적으로 형성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에 대한 분석이 먼저다. 어떤 업무는 중앙정부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어떤 업무는 지방정부가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하여 분석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하는 업무 중 지방정부가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는 지방정부에 이양해 줘야 하고 이에 대한 재원도 같이 넘겨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에 앞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에 소요되는 금액에 대한 추계를 통한 지방교부세와 지원금 등의 의존재원의 규모를 정해야 하는 것이 지방재정의 운영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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