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호흡기클리닉’가도 코로나검사 못 받는다?…10곳 중 1곳은 ‘불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정두리 기자I 2022.02.08 09:50:23

서울 25개 자치구 51곳 전수조사해보니
호흡기클리닉 10곳중 1곳 이상 ‘운영 안해’
병·의원은 업무마비에 시민은 커지는 불만
전문가 “무리한 대책으로 효율성 떨어져”

[이데일리 정두리 김형환 김윤정 기자] “저희 병원은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등재돼 있지만, 현재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부가 감염 취약층에 치료역량을 집중하는 오미크론 방역 체계로 전환한지 닷새가 지났지만 서울 지역 호흡기전담클리닉 10곳 중 1곳 이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 체제가 준비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거나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흡기클리닉 10곳중 1곳은 “검사 안 해요”

8일 이데일리가 서울에 위치한 호흡기전담클리닉 51곳(5일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6곳이 신속항원검사(RAT)가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1곳 이상은 호흡기클리닉 간판만 걸린 셈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동선 분리, 음압시설 설치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갖추고 발열·호흡기 증상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다. 정부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대비해 추진해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 여건을 갖추고 진찰, 진단검사, 재택치료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어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대응 방역 체계 전환에 곧바로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노원구·강서구·성동구·송파구·은평구·종로구 각 1곳씩 총 6곳의 병·의원이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등재만 돼 있을 뿐, 의료체계를 충족하고 있지 않았다.

정부의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서울 노원구의 A병원은 “호흡기클리닉으로 돼 있긴 하지만 아직 검사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신속항원검사가 언제 가능할 수 있는지 지침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성동구 B의원은 “현재는 밀려드는 환자들로 의료체계 지원 감당이 되지 않아 신속항원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등재된 송파구 C병원과 은평구 D병원은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는 가능하지만, 신속항원검사는 받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C병원은 “현재로서는 PCR 검사만 가능하다”고 했으며, D병원은 “신속항원검사는 안 한다고 보고를 올렸는데, 보건당국에서 업무 처리가 안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근 보건소로 코로나19 검사를 떠미는 곳도 있었다. 강서구 D병원은 “검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되지 않는다. 가까운 보건소로 가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당 병원은 강서구 유일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이지만 코로나19 검사는 불가능했다. 강서구는 57만명이 넘는 자치구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서울에서도 검사·치료체계 전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코로나19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김모(43)씨는 D병원을 찾았지만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정부가 알려준 호흡기클리닉을 찾았는데 헛걸음 했다”면서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7일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병원 업무마비에 시민은 커지는 불만…“효율성 떨어져”

그나마 운영 중인 나머지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한 환자가 몰리며 기존 일반 업무가 마비되는 등 코로나 피로도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저희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는 가능하지만 대기는 1시간이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코로나 검사로 기존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냐는 전화만 하루에도 수십 통이 넘게 걸려온다”면서 “코로나 고위험군도 많이 드나들어 이제는 병원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19 검사 비용도 제각각이라 이를 둘러싼 혼선도 상당하다.

앞서 정부는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에 ‘발열·호흡기 증상자, 의사진단 결과 코로나19 의심 증상자 등이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검사료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은 없도록 하라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검사비는 무료지만, 진료비(의원 5000원·병원 6500원)가 발생한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무증상자들은 검사비 명목으로 큰 액수가 청구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에 거주하는 한모(40)씨는 “병원은 6500원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인근 호흡기클리닉을 찾았는데 검사 비용 6만원을 내야한다더라”면서 “1시간 넘게 기다린 게 억울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값을 지불했다”고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무증상의 경우 검사비를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인력과 건강보험 등의 재정을 들여서 병원까지 자가키트로 진료를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실제로 양성 나오면 병원 측에서 어떻게 대처할 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은 원칙적으로 치료를 하는 공간이며 키트는 자가검사로 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가 인프라가 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무리하고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0년부터 전국에 인구 10만명 당 1개소에 코로나전담클리닉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현재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