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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방문한 경남 김해 해피콜 김해공장. 기록적인 홈쇼핑 판매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양면 프라이팬’ 신화가 시작한 이곳에서는 쉴 새 없이 프라이팬, 양손·한손냄비 등 주방용품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공장 안내를 맡은 정영곤 생산기술팀 과장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주방용품만 200여 종이 넘는다”며 “시간당 생산량(UPH)은 800~900개로, 4초에 1개씩 제품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주방용품 본체에 쓰일 알루미늄 금형 원판이 협력사에서 도착하면 본격적인 공정 과정이 시작된다. ‘샌딩’(모래로 표면을 균일하게 하는 작업)으로 표면 밀착력을 높인 반제품은 세척과 250도가 넘는 예열 과정을 거쳐 주방용품 품질을 좌우하는 코팅 과정에 들어간다.
코팅은 제품 외부에 색상을 입히는 ‘법랑’(에나멜) 단계부터 이뤄진다. 이후 테프론(불소수지)을 스프레이 방식으로 제품 내부에 입힌다. 공정 중간중간 작업자들이 손으로 제품 내·외부를 살피며 색이나 코팅이 잘 먹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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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과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이 많아 숙련된 직원이 아니면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히 모서리를 기계로 돌려 깎는 면취 과정을 맡는 직원은 ‘장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해피콜은 최근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등 도움을 받아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적용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생산 품질이나 실적, 작업자 정보 등 각종 현장 데이터를 곳곳에 설치한 키오스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어해 생산성이나 인력 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정 과장은 “하반기에는 코팅 과정을 모두 자동화하는 로봇 시스템도 도입해 공장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옆 건물인 가전동에서는 해피콜의 또다른 주력 제품인 초고속 블렌더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방용품과 달리 복잡한 조립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욱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해피콜 측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400대 정도 블렌더가 조립돼 전국 각지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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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현삼 전 회장이 설립한 해피콜은 양면 프라이팬 신화를 쓰며 국내 주방용품업계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눌러붙지 않는 ‘다이아몬드 프라이팬’과 초고속 블렌더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며 국내 대표 주방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설립 초 50억원대 불과하던 매출도 지난 2016년 2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 주방용품시장이 급격히 포화 상태로 치닫고, 해외 프리미엄 주방용품 공습까지 이어지면서 회사는 급격히 흔들렸다. 지난 2019년 회사 매출은 1091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반 토막 났고, 그 사이 대표도 3명이나 교체됐다.
이처럼 흔들리던 해피콜은 2019년 7월 박소연 현 대표가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먼저 홈쇼핑에 치중하던 유통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홈쇼핑 판매 비중을 90%에서 40%대까지 낮췄다. 온라인 판로에 집중하면서 온라인 매출 비중을 10%대에서 최근 40%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3년 연속 추락하던 매출도 지난해 1169억원을 기록하며 일단 하락세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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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소형 주방가전 분야에도 발 빠르게 진입했다. 전기주전자를 비롯해 토스터기, 소형 인덕션 등을 패키지로 선보인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에어프라이기와 무선청소기 등 신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해피콜 관계자는 “차별화한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종합주방기업으로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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