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상무부가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중국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 SMIC를 포함했다. SMIC에 전략 물자를 수출하고자 할 때는 특별 허가가 필요하게 됐다. 제재 대상에 10나노미터(nm) 이하의 선단 공정과 EUV 노광장비가 적용되는 공정이 포함된다.
하나금융투자는 SMIC에 대한 제재 강화는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촉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005930)로서는 호재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2일 보고서에서 “10nm 이하 선단 공정의 양산 국면에 진입한 TSMC와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선단 공정이 14nm였던 시기에 전 세계 반도체 제조시장은 TSM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인텔이었는데 10nm 이하로 미세 공정 전환이 전개된 이후엔 이제 TSMC, 삼성전자 2파전으로 경쟁 강도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 발표를 계기로 SMIC가 10nm 이하의 연구 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며 “파운드리 선단 공정 시장에서 양대 강자의 과점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MIC의 고객사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건이다. SMIC의 최대 고객사는 화웨이, 하이실리콘이지만 우리나라 투자자 관점에선 SMIC의 기존 고객사 중 미국 팹리스 고객사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팹리스 중에서 SMIC의 주요 고객사는 퀄컴, 브로드컴, ON 세미콘덕터, 코보”라며 “팹리스 고객사들은 앞으로 논차이나 파운드리(Non-China Foundry)에 더욱 의존하거나 그나마 인수 가능한 파운드리 생산라인의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주가 측면에서 대만, 한국의 파운드리 공급사들이 리레이팅될 것”이라며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가격, 물량, 원가 중에서 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8인치 파운드리 가격 상승은 예능 분야에서 트로트 열풍에 비견할 만하다”며 “2년 전만 해도 이렇게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파운드리의 경우 업계 전반적으로 제품 가격의 상승효과를 누리는 것은 2013년 이후 거의 처음일 것”이라며 “그동안은 TSMC가 거의 유일하게 평균판매단가 상승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밝혔다.